[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달의 연인'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1일 오후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20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초반부터 탄탄한 원작의 존재과 15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스케일, 그리고 배우 이준기와 꽃미남 황자들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1, 2회를 꺼내놓자마자 경쟁작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밀려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다, 하지만 후반부엔 탄력을 받았고 결국 마지막회는 지난 방송분(9%)보다 2.3% 포인트 상승한 11.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류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월화극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이나 완성도를 떠나 '달의 연인'은 뜨거운 감자였다. 다운로드 횟수나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공개되는 영상의 조회수는 연일 기록치를 경신했으나 연기력, 연출력 등 작품 완성도에 관한 논란 또한 많았다. 드라마의 내용처럼 실제로도 다사다난했던 '달의 연인'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도 설렘도 함께 남겼다.
이 드라마가 가장 크게 남긴 건 최고의 하드캐리 쇼를 보여준 이준기의 존재감이다. 영화 '왕의 남자' 속 공길이라는 일생일대 캐릭터를 만나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드라마 '일지매' '밤을 걷는 선비' '조선총잡이' 등을 거치며 유일무이한 사극 장인이 됐다. '달의 연인' 속 4황자 왕소는 그간 이준기가 연기해온 캐릭터들의 색채를 다 모은 듯한 따뜻하면서도 상처가 깊은, 그 안에는 욕망도 내재되어 있는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이준기는 자기 옷을 입은 듯 모든 감정의 변화 과정을 미묘한 눈빛 변화, 대사의 떨림, 핏줄 하나까지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달의 연인'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이에 탄력을 받아서인지'달의 연인'은 사드 위협 속에서도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서 20억 뷰를 달성했고, 아시아 뿐 아니라 북미권 등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준기는 최근 웨이보 한류스타 영향력 전체 순위 4위, 배우 중에는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원래부터 사극에 두각을 드러내던 그였지만, '달의 연인'을 통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고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또한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한 조연들이 재발견됐다. 해수(이지은, 아이유)를 사랑하던 따뜻한 남자에서 가문의 운명을 등에 업은 채 권모술수가가 되어야 했던 8황자 왕욱 역의 강하늘은 섬세한 감정표현과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꿀 떨어지는 멜로 눈빛으로 여심을 제대로 저격했다. 야욕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가는 과정 또한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던 홍종현은 왕위에 목숨거는 탐욕스러운 3황자 왕요 역으로 처음 도전한 악역 연기에 호평을 받았다. 해수의 친척 언니인 해씨부인 역의 박시은과 해수를 대신해 죽음을 선택한 다미원 상궁 역의 우희진 역시 관록의 연기를 뿜어내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아쉬움 또한 많다. 혹자는 아직은 연기가 미숙한 이지은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지만 그가 핵심 문제는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가장 충족시키지 못한 부분은 초반 편집과 몇몇 배우들의 자연스럽지 못한 연기, 그리고 20부 내내 흐르던 연출적인 문제다.
원작 중국드라마 '보보경심'이 76부에 걸쳐 역사와 캐릭터를 촘촘하게 그려낸 것에 비해 '달의 연인'은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 20부작으로 기획됐다. 풀어내야 할 것은 많은데 분량이 현저하게 줄어들다 보니 극은 급하게 전개됐고,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몰입을 방해했다. 스토리 전개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캐릭터의 상황이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반드시 담아내야 할 이야기들이 빠져나가면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약화시켰다. 결말 역시 원작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해 비극적인 노선을 택했지만 현대 극에 억지로 끼운 듯한 PPL이 감정 선을 깨뜨리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백현, 아이유 등 신인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했음에도 섬세한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클로즈업 샷이 남발되며 그들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150억 원의 거대 자본을 투입해 100% 사전제작한 작품임에도 완성도 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세트는 허술했고 보조 출연자마저 부족해 초반 홍보했던 대로 방대한 스케일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매끄럽지 못한 편집도 아쉬웠다. 단순히 화려한 영상미와 스타 배우들의 캐스팅, 자본이 갖추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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