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타율 2할3푼8리. 메이저리그 2년차 22세의 경험 부족한 젊은 선수. 이 선수가 운명의 월드시리즈 경기 6번 타순에 배치된 이유는 확실히 있었다. 뛰어난 장타력과 해결 능력. 컵스의 미래라는 유격수 에디슨 러셀이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갔다. 컵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9대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3패 동률을 만들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몰렸던 컵스는 5차전과 6차전을 연달아 잡아내며 최종 7차전에서 끝장 승부를 펼치게 됐다.
이날 컵스의 영웅은 유격수 러셀. 6번 타순에 배치된 러셀은 1회 행운의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뒤, 3회 일찌감치 승리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팀이 뽑아낸 7점 중 6점을 혼자 책임졌다. 러셀은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 월드시리즈 한 경기 6타점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또, 2005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폴 코너코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때린 이후 처음으로 꿈의 무대 만루홈런을 때린 타자가 됐다.
1회부터 운이 좋았다. 컵스는 간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선제 솔로포를 때려냈다. 러셀은 이어진 2사 1, 3루 찬스에서 중견수 방면 평범한 플라이를 때렸지만 상대 외야진이 이 평범한 플라이를 허둥대며 놓쳐 2타점 2루타를 얻어내는 행운을 누렸다. 기세를 탄 러셀은 3회 1사 만루서 바뀐 투수 댄 오태로를 상대로 시원한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환호했다.
빅리그 2년차 러셀은 올해 타율 2할3푼8리에 그쳤다. 하지만 21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장타력과 해결 능력을 과시했었다. 지난해 루키 시즌에도 타율은 2할4푼2리였지만 13홈런 54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쳤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5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4차전 첫타석까지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타율은 거짓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홈런, 타점도 거짓은 없었다. 4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리더니 5차전에도 극적인 홈런을 터뜨리는 등 살아나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공헌했다. 그리고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월드시리즈 6차전 또 한 번 홈런, 타점 생산 능력을 과시하며 팀을 구해냈다.
컵스는 7-2로 앞서던 9회 앤서니 리조가 승리를 자축하는 투런포까지 터뜨리며 기분좋게 경기를 마쳤다. 최종 7차전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로테이션상 컵스는 카일 핸드릭스, 클리블랜드는 코리 클루버가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전인만큼 양팀 모두 기용 가능한 모든 투수가 등판할 것이 분명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