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한국시리즈는 새롭다. 최근까지 봐왔던 한국시리즈와는 많이 다르다. 투수교체가 별로 없다.
최근 잘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선발야구가 시리즈 전체의 테마가 됐다. 15승 이상을 거둔 4명의 선발 '판타스틱4'가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다.
모든 야구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 중 하나는 우승을 하기위해선 마운드가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가 말해줬다. 그런데 최근엔 마운드에서도 불펜이 강한 팀이 리그를 지배했다. SK도 정대현 이승호 고효준 전병두 등 벌떼 불펜진으로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우승을 했었고, 삼성도 오승환 안지만 차우찬 권 혁 정현욱 권오준 심창민 등 막강한 불펜진이 뒤에서 막아주면서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SK엔 김광현 송은범 등 에이스들이 있었고, 삼성도 윤성환 장원삼 등이 있었지만 선발이 강한팀이란 이미지보다는 불펜진이 강하다는 인상이 컸다. 선발은 5회만 막아도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두산은 이전 강팀들과는 달랐다. 불펜이 아닌 선발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정규시즌에서 두산은 니퍼트가 22승으로 다승 1위에 올랐고, 보우덴이 18승으로 2위, 장원준과 유희관이 15승으로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 한팀의 선발투수들이 다승 1∼4위에 다 오른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29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온 니퍼트는 8이닝 동안 단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고, 30일 2차전서는 장원준이 8⅔이닝 동안 10안타를 맞고도 1점만 내주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다. 1일 창원에서 열린 3차전에선 보우덴이 무려 136개의 공을 뿌리며 7⅔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이 3경기서 29이닝을 치르는 동안 3명의 선발 투수가 24⅓이닝을 책임졌다. 그리고 그 사이 단 1점만을 내줬다.
두산은 3경기서 선발투수 3명에 불펜 투수는 이현승과 이용찬만 등판했다. 겨우 5명으로 3승을 챙긴 것이다.
두산은 불펜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선발이 워낙 강하니 불펜이 약한지 시험해 볼 기회 자체가 없었다.
이전엔 선발이 무너질 것에 대비해 불펜투수가 강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두산은 선발이 강하면 불펜 투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팬들도 선발야구의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두산의 '판타스틱4'가 그동안 국내야구에 팽배했던 불펜 선호 현상을 바꾸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