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죽어야 산다.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속 등장인물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해씨부인(박시은), 오상궁(우희진) ,10황자 왕은(엑소 백현), 순덕(지혜라), 왕요(홍종현) 등 주요 캐릭터가 줄줄이 사망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드라마에서 줄초상이 이어질 경우 거센 반발 여론이 일기도 하지만, '달의 연인'은 이들의 죽음을 임팩트 있게 그려내며 오히려 긴장을 더하는 극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죽음을 맞았던 캐릭터는 해수(이지은, 아이유)의 6촌 언니이자 8황자 왕욱(강하늘)의 정실부인 해씨부인이다. 죽는 순간까지 왕욱에 대한 절절한 순애보를 드러냈던 해씨 부인의 모습은 시청자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해씨 부인의 죽음이 그려진 5회 방송은 4회(5.7%,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보다 0.3% 포인트 상승한 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토리적으로도 해씨 부인의 죽음은 해수와 왕욱의 사랑이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어줬다.
다음으로 사망한 캐릭터는 오 상궁이었다. 오상궁은 해수가 황태자 정윤 왕무(김산호) 독살 미수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자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교수형을 당했다. 해수가 궁녀로 들어간 다미원의 수장으로 카리스마를 발휘해왔던 그의 사망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 상궁이 사망한 11회 역시 10회(7.1%)보다 0.4% 포인트 상승한 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가장 임팩트 있었던 죽음은 역시 왕은과 순덕이 아닐까 싶다. 왕요가 황위에 오른 뒤 역적으로 몰려 쫓기던 두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도피처에서 몸을 숨긴채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던 것도 잠시. 황군에게 은신처가 발각된 두 사람은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박순덕은 황군의 칼에 맞아 숨을 거뒀고, 곁을 지키던 왕은은 화살을 맞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왕소(이준기)에게 "죽여 달라"고 부탁, 왕소의 칼에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의 최후가 그려진 16회는 15회(8.2%)에 비해 시청률이 2.3% 포인트나 하락한 5.9%에 그쳤지만, 이날이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의 종영일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청률 변동폭만 놓고 임팩트를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죽음에 대한 온라인상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백현과 지혜라 관련 키워드가 장식했고, 이들의 하차 소감마저 큰 화제를 모았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24일 방송된 17회에서는 왕요가 죽음을 맞았다. 왕요는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가 자신을 권력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개했다. 형제들을 죽이면서까지 황위에 올랐지만, 그 길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버림받은 왕소의 마음을 이해하며 해수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 왕요를 연기한 홍종현은 인생 연기로 캐릭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왕요는 천하의 악인으로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냉정하고 잔인했다. 하지만 사실은 어머니의 사랑에 목말랐던 불쌍한 남자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 시청자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덕분에 이날 방송된 '달의 연인'은 시청률이 9.8%까지 대폭 상승,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월화극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달의 연인'은 캐릭터의 생생한 죽음으로 도약점을 마련해왔다.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달의 연인'은 또 한번 비장한 최후를 그려낼까, 아니면 이대로 해피엔딩을 맞을까.
'달의 연인'은 31일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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