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는 완벽했다. 하지만 또 찾아온 부상에 정재훈(36)의 한국시리즈 등판이 무산됐다.
정규 시즌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나섰다. 유례 없는 일본 미야자키 미니 캠프까지 꾸려 통합 우승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지난 8일 정규 시즌이 끝난 후 실전 감각이 다소 떨어져있는 상태라 연습 경기 등을 통해 감각을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두산은 오는 29일 NC-LG 플레이오프 승자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향한 열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쉬운 일이 하나 있다. 우완 투수 정재훈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때문이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던 정재훈이 팔뚝 골절상을 입은 것은 지난 8월 3일 잠실 LG전. 당시 LG 타자 박용택이 친 타구가 오른 팔뚝을 강타했고, 수술을 받았다. 6~8주 진단을 받았고 재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이미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우승이 확정적이었던 두산이라 정재훈이 재활을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정재훈도 9월부터 캐치볼을 시작하며 가을 무대를 꿈꿨다.
그리고 지난 14일 후배들과 함께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떠났다. 재활의 마지막 단계. 실전 투구를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 18일 소프트뱅크와의 연습 경기 투구 도중 어깨 통증을 느꼈고, 곧바로 다음날 귀국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좋지 않은 예감은 적중했다.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부분파열.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지만 한국시리즈 등판은 무산됐다.
누구보다 정재훈이라서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을 때 정재훈은 롯데 소속이었다. 데뷔 이후 줄곧 두산에서만 뛰었으나 지난해 딱 한 시즌만 타 팀 선수였다. 정재훈은 두산에서 준우승만 4번 했고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때문에 올해는 당당히 우승 반지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올해 두산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불펜. 그 약점을 정재훈이 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올해 46경기에서 23홀드를 챙겨 중심을 든든히 지켰다. 시즌초 두산의 안정적인 행보는 분명 정재훈의 활약이 뒷받침 됐다.
하지만 정재훈의 한국시리즈 등판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완벽한 재활을 거쳐 다음 시즌 건강하게 복귀하는 것이, 현재 두산과 정재훈이 바라는 최선의 결과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