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59분 분노하고, 엔딩 1분에 울었다."
김하늘과 이상윤이 서로에게 다가운 주체할 수 없는 슬픔 속에 이별을 고했지만, 결국은 서로의 손끝이 스친 것 만으로도 위로를 느끼고 오열했다.
일각에서는 불륜 드라마 소재로 비판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아주 작은 '스침'에도 가슴이 미어지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20일 방송한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극본 이숙연/연출 김철규/제작 스튜디오 드래곤)에서는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 두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두 남녀의 슬픔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 그려졌다.
도우는 아내 김혜원(장희진)으로부터 애니를 키워온 것이 아니며 남편이 죽은 것이 아니었다는 고백을 직접 들었다. 혜원은 "모성은 본능이 아니다. 그 아이를 낳았을 때도 찾아왔을 때도 난 그 딴게 없었다"며 애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내가 어떤 진실을 갖고 있어도 다시 날 돌아볼 당신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 현실적이다. 하지만 덮어달라. 일만 하게 해달라"고 말해 도우의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유발했다.
수아는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과 절친 송미진(최여진 분)의 불륜을 알아버렸다. 수아의 동생 제아가 둘의 불륜의 증거를 수아에게 보여줬고, 그동안 믿지 않던 수아는 큰 슬픔에 빠졌다. 이를 알게된 미진은 수아에게 "입사 전에 만났고 3년 동거했다. 그 중에 그 인간이 너를 몰래 만났고 결혼했다. 너에게 그 인간의 진면목을 말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시작된 불륜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은 없다. 니가 내 뺨을 때릴 자격이 있느냐"며 발악하며 사과하지 않았다.
수아는 "남편보다 그 상대가 너라는게, 남편보다 더 오랫동안 알고 친했던 너라는게 너무 슬프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수아와는 별개로 본인 부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도우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6개월간의 시간을 요구했다. 문자만으로도 반가운 사이를 제안한 것. 절대 헤어짐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도우는 아내 혜원에게는 "6개월간 생각하고 우리 사이를 정리하자"고 통보했다.
남편과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수아는 딸과 제주도행을 결심했다. 남편 박진석(신성록) 또한 수아와 같은 집에 살기 보다는 미진과 자유롭게 바람을 피우고 싶어하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수아는 도우에게 한밤 전화를 걸어 "효은이랑 좀 멀리 가서 살 것 같다. 컵 하나만 깨져도 다 내 탓 같다. 이렇게 못 살겠다. 미안하다. 항상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어야 한다 수백번 되뇌었는데 아무 것도 아니지 않다. 내 인생에 가장 대단한 일이었다. 과분할 정도로. 지금 관두면 아무 일도 아닌 게 될 것"이라며 울었다. 도우는 "반박 못하겠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다 이해된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서로 당분간 보지 않기로 했던 수아와 도우는 끊어질 수 없는 운명의 연으로 다시 재회했다. 짐을 정리하고 제주로 돌아가려는 수아 앞에 도우가 나타났다. 남편과 함께 있던 수아는 돌처럼 멈췄고, 지나치던 도우는 손 끝을 스치며 인사했다. 보고 싶은 사람을 어렵게 만났지만, 인사조차 할 수 없는 얄궂은 상황에 수아는 또 한번 눈물을 흘렸다. 손끝만 잡았을 뿐인데 서로에 대한 위로를 느낀 두 사람은 안타까운 눈빛만 주고 받았다.
59분 동안 주변 인물들의 배신에 분노를 느끼던 시청자들은 김하늘과 이상윤이 섬세한 감정으로 그려낸 처연한 엔딩에 또 한번 설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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