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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새출발 알린 김은섭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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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고 싶은 것은 하나다. 이기는 것이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돌아온' 김은섭(27·우리카드)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수원 영생고 시절 장신 센터(2m11)로 관심을 모았던 김은섭. 2012~2013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남기지 못한 채 벤치를 전전해야 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상무에서 제대한 뒤에는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부터 오직 배구만 바라봤던 김은섭에게 코트 밖은 너무도 추웠다. 김은섭은 "군복무 후 배구가 하기 싫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를 악물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김은섭은 새출발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6월20일 우리카드에 합류한 김은섭은 40여일 동안 테스트를 받았다. 계약 전이었기에 공식적인 월급도 없었다. 숙식 제공에 김상우 감독이 건넨 용돈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행복했다. 다시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김은섭은 가을의 시작과 동시에 펄펄 날았다. 김은섭은 1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에서 블로킹 4개를 포함, 6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대0(25-18, 25-22, 30-28) 완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고비마다 상대 공격을 가로막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 뒤 김 감독은 "2m 넘는 선수가 저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며 "상당히 방황하던 선수였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으로 잘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더 살아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만에 V리그 무대를 밟은 김은섭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직도 긴장되고 떨린다. 일단 코트에 돌아왔다는 것에서 좋다"며 "사흘 전 선발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팀 분위기는 맞추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성공적으로 복귀전을 마친 김은섭은 "방황할 때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를 뛰어보니 보완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숙제가 많아졌다. 한동안 쉬었기에 남들보다 2~3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 출발을 알린 김은섭의 목표는 명확하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하나다. 이기는 것"이라며 "팀이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희망찬 내일을 노래했다.

장충=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9일)

▶남자부

우리카드(1승) 3-0 OK저축은행(2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