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입씨름.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빠질 수 없는 '단골메뉴'다. 올해도 그랬다. 10개 구단 사령탑, 대표 선수들이 코트 밖에서도 뛰어난 재치를 선보였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솔직한 답변으로 주목받았다. '특급 신인' 이종현(모비스)은 '두목곰' 이승현(고양 오리온)에게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안양 KGC 양희종도 "안드레 에밋(전주 KCC)에게 영혼까지 털렸다"는 멘트를 날려 웃음을 선사했다.
19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역시 이종현이었다. 전날 열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앞으로 모비스는 10년 간 높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러운 시선이 타구단 관계자에게 쏟아졌다. 이종현은 2m03 신장과 함께 양 팔 길이가 2m23에 달한다. 블록슛에 탁월한 장점을 보인다.
그런 그는 전날 "이제 고려대 이종현이 아닌 KBL 이종현이 되겠다. '두목 호랑이' 잡으러 가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여기서 '두목'은 고려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선배 이승현이다. 이승현은 2년 전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뛰어들었고, 지난 시즌 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종현은 이제는 적이 된 선배를 향해 "피로골절 여파로 시즌 초반 뛰는 건 쉽지 않다. 서둘러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 것"이라며 "우리 팀에 잘하는 형들이 있기 때문에 도움만 받으면 충분히 '두목'을 잡을 수 있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승현은 후배의 '도발'이 귀엽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대표 선수로 참가한 그는 "어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저런 얘기를 해 당황스러웠다. 부상부터 나아야 되지 않나 싶다"며 "이번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와 맞붙고 싶다. 왜 두목인지, (이)종현이에게 보여주겠다. 키는 내가 작지만 제대로 가르쳐주겠다"고 여유있게 웃어 넘겼다.
패기로 똘똘 뭉친 건 이종현 만이 아니다. 전체 2순위 최준용(서울 SK) 3순위 강상재(인천 전자랜드)도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최준용은 "우리 셋 중에 내가 가장 잘 생겼다. 강상재는 잘 생겨보이기 위해 교정까지 했다"고 절친들을 자극한 뒤 "신인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빨리 팀에 적응하겠다. 최대한 집중해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 그렇게 하면 신인왕도 따라올 것이다"고 말했다. 강상재도 "프로에 와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우리 팀이 챔프전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겠다"면서 "그동안 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신인왕 목표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령탑 중에는 유재학 감독이 가감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새로 뽑은 네이트 밀러가 잘 적응했다. 기량도 만족스럽다. 우리 수들과 잘 맞고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며 "문제는 찰스 로드다. 몸상태가 좋지 않다. 본인은 '시즌 전 몸상태가 완벽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시즌 되면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라고 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기량은 검증된 선수니 연습은 같이 하고 있다. 일단 그냥 믿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될지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