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김유정이 18세 여주인공의 입지를 굳혔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18일 종영했다. 당초 여주인공 홍라온 역에는 김고은 김지원 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이는 김유정이었다. '해를 품은 달'을 비롯해 워낙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아역 배우 3대 트로이카로 군림하던 김유정이긴 했지만 아직 18세 미성년자인 그가 진한 사랑의 감정선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지, 혹은 누구의 아역이 아닌 첫 드라마 주연의 무게가 지나치지 않을지 우려의 시선이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유정은 이런 우려를 말끔히 털어냈다.
사실 홍라온 캐릭터는 이제까지 드라마에서 많이 그려졌던 남장여자 캐릭터다. '커피프린스' 윤은혜, '성균관 스캔들' 박민영 등이 남장 여자 캐릭터를 소화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미 이전에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셌던 만큼 이들과는 차별화된 남장여자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김유정에게 주어진 첫 숙제였다. 그리고 김유정은 전혀 다른 매력의 홍삼놈으로 대답했다. 기존의 남장여자 캐릭터가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짝사랑의 감정을 숨겨왔다면, 홍삼놈은 좀더 당당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것을 혼자만 모른채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궐을 누비고 다녔다. 연출을 맡은 김성윤PD조차 "초반에 김유정이 캐릭터를 잘 잡아줬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이영(박보검)과의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된 뒤에는 김유정 특유의 감정 연기가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신이 바로 독무신이다. 홍라온은 영의정 일파의 계략으로 청나라 사신 환영 연회 독무자가 사라지자 연회를 주관한 이영에게 피해가 갈까봐 스스로 여장을 하고 춤을 췄다. 짧은 장면이었지만 아름다운 김유정의 춤사위와 매혹적인 눈빛연기에 시청자도, 이영도 빠져들었다. 김유정은 이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2달 간 맹연습을 했다는 후문이다. 팔찌 이별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이 역적 홍경래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홍라온이 마음을 감추고 이영과 이별을 남몰래 준비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해맑게 웃어보이는 김유정의 감성 연기는 완성형에 가까웠다.
극이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이영과 영의정 일파의 정치 권력 싸움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홍라온 캐릭터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평도 있었으나 이러한 지적은 마지막회를 통해 종식됐다. 마지막회에서 홍라온의 활약상은 두드러졌다. 이번에는 의녀로 잠입, 독을 마시고 쓰러진 이영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이영을 도와 이영의 친모, 즉 중전 살해 사건의 증좌를 찾아내는 등 명탐정으로서 활약했다. 김유정은 센스 있는 연기로 재기발랄한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렇게 김유정은 누구의 아역이 아닌, 18세 여주인공의 존재감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구르미 그린 달빛' 후속으로는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방송된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유현숙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 '공주의 남자', '조선총잡이' 등을 연출한 김정민PD와 김은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수애 김영광 조보아 김지훈 등이 출연하며 24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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