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성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라..."
최고의 좌완투수 출신인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보는 데이비드 허프는 어떨까.
넥센 히어로즈와 LG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리기 전인 17일 잠실구장. LG는 중요했던 3차전, 외국인 에이스 허프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4대1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가게 됐다.
허프 생각만 하면 절로 웃음이 날 수밖에 없는 양 감독이다. 시즌 도중 들어와 팀을 정규시즌 4위에 올려놓더니,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이다. 양 감독은 "허프가 선발 야구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시즌 도중에 와 힘이 많이 남아있는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한다.
허프는 3차전에서 주로 던진 직구,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외에 슬라이더, 커브도 다 던질 줄 안다. 하지만 사용을 안할 뿐.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직구와 체인지업 만으로도 충분하면 그 자신감 있는 구종으로 승부하는 게 낫다. 투수가 구종 하나를 더 익히는 게 보통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프의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구위가 대단히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떨어지는 위치가 좋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없다. 건드리면 파울이 될 쪽으로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 체인지업의 시초는 양 감독 자신이라고 수줍게(?) 밝혔다. 양 감독은 "92년인가 93년에 미국에 가 처음으로 서클체인지업을 배웠다. 그리고 국내 무대에서 사용했다. 그 전에는 미국에서도 체인지업 구종 개념이 없었다. 대부분 떨어지는 공은 포크볼이었다. 미국에서도 90년대 들어서야 체인지업이 개발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며 "내가 체인지업을 처음 던질 때 상대 타자들이 매우 생소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인지업은 손목을 쓰면 안되는 구종이다. 밀어 던지는 느낌의 투수가 손을 채서 던지는 투수보다 구사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SK 와이번스의 파워피처 김광현이 체인지업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것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마지막으로 "그럼 지금의 허프와 전성기 시절 본인 중 누가 더 나은 왼손 투수였나"라고 묻는 질문에 "내 전성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라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