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오는 26일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훈련을 떠난다. 한달 가량 삼성이 직접 투자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미구장에 머물며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선 더 시급하고 중요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영입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올해 삼성은 충격적인 9위를 했다. 팀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외국인타자 나바로의 일본행, 박석민의 FA이적(NC), 임창용 방출, 안지만과 윤성환의 훈련부족, 안지만 중도 계약해지 요청 등. 이중 첫 번째는 '폭망' 수준인 외국인 선수다. 대체 선수까지 투수 4명, 타자 1명 등 총 5명의 외국인선수 전원이 낙제점이었다. '못해도 못해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한팀 외국인선수 전원이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장기간 함께 2군에 머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인투수 벨레스터(3경기 3패, 평균자책점 8.03), 웹스터(12경기 4승 4패, 5.70), 둘을 대체한 레온(2경기 1패, 11.25)과 플란데(11경기 2승 5패, 7.56) 등 4명은 합쳐 6승에 그쳤다. 공식적인 패배는 13패. 느낌으로는 나올 때마다 팀이 고전했다. 외국인타자 발디리스는 44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 8홈런 33타점에 그쳤다. 발목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제대로 뛴 적이 없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나중에는 손을 놓게 됐다. 2군에서 몸을 만들어 올라와야 하는데 1주일, 2주일, 한달, 두달이 지나가다보니 아예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사실상 팀전력에 눈곱만큼도 보탬이 되지 않았다. 두산의 외국인 원투펀치인 니퍼트-보우덴 정도는 아니라도 10승씩만 해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 둘이 있었다면 삼성의 올해 성적은 달라졌을 것이다.
삼성은 외국인선수 체크와 영입 주무부서인 국제팀을 보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투수파트에 전문인력을 배치해 다면평가를 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삼성관계자는 "외국인선수 영입을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구단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삼성이 한화 로저스(190만달러)나 KIA 헥터(170만달러)급 외국인투수를 데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발표된 몸값 외에 이적료와 인센티브 등을 합하면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총액은 200만달러를 쉽게 넘기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말 제일기획으로의 이첩 이후 삼성 야구단은 합리적인 구단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100만달러 이하 투수들 중에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흙속의 진주 찾기가 시작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