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미소는 컸다. 반면 FC서울은 악몽이었다.
K리그의 잔치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은 극과 극의 결말이었다. 전북이 28일 안방에서 서울을 4대1로 대파하고 사실상 결승행을 예약했다. 2차전은 무대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10월 19일 열린다. 90분이 남았지만 승부의 추는 전북으로 기울었다. 전북은 원정에서 2골 차 이하로 패해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방심이나 자만하면 안되겠지만 1차전 대승이 2차전에도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준비만 잘한다면 결승은 충분히 갈 수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자신감이었다.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차피 공격에 힘을 실어야 한다. 실점에 대한 위험부담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무서워할 상황은 아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황선홍 서울 감독의 절규였다.
전북과 서울의 전선은 ACL 뿐이 아니다. K리그도 확대될 조짐이다. 사실 게임은 끝났었다. 전북은 K리그에서 단 1패도 없다. 승점은 무려 68점(18승14무)이다. K리그 3연패가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위 서울(승점 54·16승6무10패)과의 승점 차는 14점이다. 올 시즌 K리그는 이제 6라운드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 있던 마지막 돌발변수가 부상한다.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3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다. 전북의 징계를 논의하는 상벌위다. 2013년 심판 B와 C씨에게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북 현대 스카우트 A씨에게 유죄가 내려졌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벌위는 2013년도 연맹 상벌규정을 기준으로 징계를 논의한다. 규정에 따르면 경고부터 제재금, 제3지역 홈경기 개최, 무관중 홈경기 개최, 승점 감점, 하부리그 강등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최 감독은 "상벌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현재로선 승점 감점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경남FC는 심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상벌위에 회부돼 승점 10점을 감점받았다. 폭은 안갯속이지만 전북이 승점을 감점 받을 경우 서울과의 격차가 줄어든다. K리그 우승 경쟁도 재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은 분위기 전환이 급선무다. 어차피 ACL 4강 2차전은 모 아니면 도다. 반전이 쉽지 않지만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3골차 이상 승리해야 한다. 황 감독도 뽀족한 대안은 없다. 골 뿐이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골이 필요하다. 2차전에는 공격에 무게를 둘 생각이다. 현재로선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K리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전북과의 전쟁은 K리그에서도 계속된다.
전북과 서울은 쉼표가 없다. 전북은 10월 2일 오후 2시 상주 상무, 서울은 같은 시각 광주FC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수확의 계절, 두 팀의 시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정면충돌에 브레이크는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