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그들 만의 다소 우울한 더비지만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수원더비'를 앞두고 신발끈을 바짝 조여매고 있다. 한편으로 긴장하는 표정도 엿보인다.
수원과 수원FC는 오는 10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3번째 '수원더비'를 치른다. '수원더비'는 수원FC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면서 K리그 최초의 지역 매치로 탄생했다.
수원-FC서울의 '슈퍼매치', 수원FC-성남의 '깃발더비' 등 2개의 관심 매치를 갖고 있는 한 지붕 두 집안이 충돌하면서 또다른 흥행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같은 동네 이웃집이라 더비가 열리는 날이면 양 팀 서포터스의 가두행진, 기싸움 등 진풍경도 '수원더비' 만의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2차례 맞대결에서 수원이 2연승을 거뒀다. 결과가 말해주듯 이전까지 수원은 사실 '수원더비'에 대해 여유를 갖고 바라봤다.
팀의 클래스부터가 달랐다. 수원은 2014, 2015년 2년 연속 준우승한 전통의 명가라는 자존심이 강했다. 같은 클래식 무대에서 리그를 치른다고 갓 승격한 수원FC가 수원과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처지는 아니라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수원은 수원FC에 승리하면 당연한 것이고, 자칫 비기거나 패하는 게 더 큰 뉴스가 된다.", "사실 '수원더비'는 수원 삼성 입장에서 자칫하면 잃을 게 많은 부담 매치다."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수원은 '형님팀'으로서 K리그 클래식의 포스를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고, 수원FC는 '동생팀'으로서 명가 수원을 넘고싶은 언제나 '도전자'였다.
한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수원도 살짝 떨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원이 수원FC에 '급'이 다른 팀이었다면 지금은 동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이 그룹A 진입에 실패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수원FC와 같은 그룹B가 됐다. 수원FC가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어쨌거나 같은 물(그룹B)에서 놀게 된 것이다. 수원으로서는 '클래식의 포스' 운운할 명분도 사라졌다.
수원FC가 "거 봐라. 같은 그룹B에 속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제 제대로 붙어보자"고 달려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이번 '수원더비'는 승점 6점이 걸린 경기나 마찬가지라 더 부담스럽다. 인천과 승점 2점차 최하위인 수원FC(승점 30)는 강등 직행을 면하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아직 6경기나 남아 있어 체념할 상황도 아니다.
반면 수원(승점 37)은 11위 인천에 5점 앞서 있지만 강등권 추락까지 걱정해야 한다. 그룹B 확정에 치명타였던 최근 광주전(1대1 무), 인천전(2대2 무)에서 선제골 이후 동점골을 내줬던 고질적인 경기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지난 주말 수원의 10위 자리를 노리는 인천과의 경기에서 달아나지 못한 것이 '수원더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전 2차례 더비에서 결과는 승리지만 스코어가 2대1, 1대0인 점을 보더라도 수원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도 못했다.
수원 구단은 이번 더비를 팬을 위한 최고의 축구축제로 만들겠다며 뉴트리션 전문기업 브랜드데이를 지정, 선수단 사인회와 푸짐한 경품을 마련하는 등 바짝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제 '수원더비'는 그룹B여서 김이 빠진 게 아니라 사활을 건 그들끼리 한층 뜨거워지게 생겼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