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에게 가장 힘든 일은 초반을 넘기는 것이다. 특히 경험이 적은 신인급 투수들의 경우 1회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제구가 마음 먹은대로 잡히지 않고 성급한 승부로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올해 롯데 자이언츠 '영건' 박세웅이 그러했다.
박세웅은 29일 부산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8안타를 맞고 4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5-4로 한 점 앞선 6회초 투수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에 박세웅이 선발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구원투수 배장호가 등판하자마자 kt 이진영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면서 동점이 돼 박세웅의 승리 요건이 날아가 버렸다. 이 때문에 박세웅은 지난 7월 21일 KIA 타이거즈전서 시즌 7승을 따낸 이후 10경기째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했던 그는 같은 기간 6패만을 떠안았다. 시즌 성적은 7승12패, 평균자책점 5.78.
동료들이 도와주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우선 박세웅 본인의 미숙한 경기 운영 탓이 컸다. 이날도 박세웅은 1회에만 35개의 공을 던지며 3실점했다. 선두 이대형과 김선민에게 연속 중전안타를 맞은 박세웅은 유한준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얻어맞고 첫 실점했다. 계속된 무사 2,3루서 이진영과 유민상에게 연속으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0-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이어 오정복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박세웅은 심우준을 147㎞짜리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올시즌 초부터 박세웅에게 과제로 주어졌던 것은 경기 초반의 투구수 관리였다. 올해 박세웅은 1회 투구서 총 572개의 공을 던졌다. 26경기에 선발등판했으니, 1회 평균 투구수는 22개가 된다. 올시즌 134이닝 동안 총 2467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8.41개. 즉 1회에 평균 4개 정도의 공을 더 던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닝별 피안타율을 보더라도 1회가 3할8푼5리로 가장 높다. 피출루율(0.438) 역시 1회가 가장 나빴다. 1회 안타와 볼넷을 많이 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세웅은 풀타임 선발로 로테이션을 지키고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는 투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투수의 규정 투구이닝은 144이닝이다. 롯데가 7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박세웅은 선발 등판을 한 차례 남겨놓고 있다. 10이닝을 던져야 144이닝이 된다. 가능성이 없다. 전체적으로 이닝을 이어가는 동안 투구수 관리가 안된 경기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박세웅이 5회를 넘기지 못한 경기는 9번이고, 6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는 10번이다. 기복이 심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선발 등판 평균 투구이닝은 5.15이닝, 평균 투구수는 94.89개였다. 팀 동료인 레일리가 평균 5.98이닝, 투구수 99.28개를 기록한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박세웅은 분명 올시즌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보여줬다. 140㎞대 후반의 직구는 힘이 붙었고, 포크볼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력도 향상됐다. 이날 4회초에는 직구를 모두 결정구로 던져 삼자범퇴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운영에 관해서는 여전히 숙제를 남겼다. 조원우 감독은 "박세웅은 경기 운영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면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1회는 모든 선발 투수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이닝이다.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는 방법도 경험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