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니퍼트의 눈물 "그동안 힘들었던 생각에..."

by

위기에서 집중력이 빚은 값진 승리였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마침내 시즌 20승 고지에 올랐다. 니퍼트는 13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의 홈게임에서 7이닝 동안 9안타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7연승을 질주, 20승에 입맞춤했다. 두산의 5대2 승.

지난 2014년 넥센 히어로즈 밴헤켄(20승)에 이어 2년만에 20승 투수가 탄생했다. 시즌 20승은 KBO리그 통산 17번째이며, 두산에서는 1982년 박철순(24승),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에 이은 구단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외국인 투수로는 3번째로 20승. 아울러 니퍼트는 35세 4개월 7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에 역대 최소경기(25경기)의 기록으로 20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니퍼트는 올시즌 MVP가 유력해졌다. 니퍼트는 이날 현재 다승, 평균자책점(3.01), 승률(3패, 0.870) 선두를 지켰다. 투수중에는 군계일학의 성적. 타자쪽에서도 니퍼트의 20승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린 선수는 아직 없다.

투구수는 104개였고, 볼넷 2개와 삼진 5개를 기록했다. 8월 9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7연승을 달린 니퍼트는 뛰어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했다. 올시즌 두 번째로 많은 9개의 안타와 3개의 4사구를 내줬지만, 위기에서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SK는 니퍼트를 상대로 9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니퍼트는 2회초 먼저 2점을 허용했다. 1회초 이명기 나주환 최 정 세 타자를 간단히 제압한 니퍼트는 2회 들어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맞으면서 흔들렸다. 이어 박정권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무사 1,2루에 몰린 니퍼트는 김강민의 희생번트 후 최승준을 149㎞짜리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김민식에게 136㎞짜리 체인지업을 바깥쪽으로 던지다 우전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했다. 이어 박승욱에게 던진 144㎞ 직구가 우중간 안타로 연결돼 3루주자 박정권이 홈을 밟아 0-2가 됐다. 박승욱이 2루까지 욕심을 내다 횡사, 그대로 이닝이 종료돼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러나 3회부터는 주자를 내보낸 뒤 더욱 집중하며 SK 타선을 요리했다. 3회초 이명기와 나주환을 각각 외야플라이로 잡아낸 니퍼트는 최 정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정의윤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4-2로 앞선 4회에는 선두 박정권의 내야안타 후 김강민 최승준 김민식을 제압했다. 5회에는 2사후 나주환을 유격수 내야안타, 최 정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정의윤을 133㎞짜리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로 막아냈다.

6회초에는 무사 1,2루의 위기를 벗어났다. 선두 박정권을 사구로 내보낸 니퍼트는 김강민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대타 조동화를 131㎞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민식과 박승욱을 연속 내야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7회초 역시 무사 1,2루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선두 이명기의 볼넷, 최정민의 번트 내야안타로 1,2루. 그러나 니퍼트는 최 정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정의윤을 146㎞짜리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박정권은 풀카운트에서 150㎞짜리 빠른 공을 던져 중견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두산은 0-2로 뒤진 3회말 김재환의 3점홈런과 정수빈의 적시타로 4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 니퍼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다음은 니퍼트와의 일문일답.

-시즌 20승을 달성했다. 소감은.

▶항상 그렇듯 팀동료들이 좋은 경기를 해줬다. 초반 SK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했는데 김재환 선수가 역전 홈런을 날려줬고, 모든 야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공수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초반에 고전했는데.

▶SK에는 좋은 타자들이 많다. 직구를 공략당해 힘들었다. 그런데 타순이 한 바퀴 돈 다음에 양의지와 상의하면서 변화구 피칭을 한 것이 먹혔다.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 미국의 시골동네였다.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서 야구선수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주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것들을 다 이겨내고 오늘처럼 성공한 것이,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꿈이 있다면 남의 말을 의식하지 말고 의지대로 펼치라고 얘기하고 싶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