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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임수향 "그간 기생·복수·살인…모처럼 밝은 역 기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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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배우 임수향을 떠올리면 어딘지 모르게 차분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다. 이는 임수향이 걸어왔던 연기 필모그래피와도 맥을 같이 한다. 데뷔작인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기생의 슬픈 운명을 지닌 단사란 역으로 존재를 각인시키더니이후 출연한 '아이리스2', '감격시대' 등 선이 굵은 작품에서도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들을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임수향은 처음으로 마음껏 발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았다.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속 장진주 역으로 그간의 이미지들을 털어내게 되었다. 부잣집 막내딸로 얄밉고 철딱서니 없어 보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장진주는 대중에게 임수향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된 창구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임수향의 표정에는 그런 진주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많이 아쉽고 또 섭섭해요. 지금 다시 시작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정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또 배운 것도 많았던 뜻깊은 작품이었어요. 특히 출연진 모두 성격이 좋고 선생님들도 잘 대해 주셔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막내로서 더 신경쓰고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해요."

'아이가 다섯'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이유 또한 바로 그 케미에 있다.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지닌 주말극이다보니 촬영장은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대선배들은 물론 성훈, 신혜선, 안우연 등 또래 배우들과도 돈독하게 지낼 수 있었던 현장, 임수향은 "정말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다들 많이 친해졌고 지금도 계속 연락할 정도로 너무 다 좋다. 특히 또래 배우들과는 넷이서 따로 본적도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안우연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안우연과 임수향이 맡은 태민과 진주 커플은 초반엔 걱정없이 풋풋한 사랑을 펼쳐보이더니,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후반부에는 최고의 짠내 커플로 등극했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으며 단짠단짠 호흡을 맞춘 그들은 실제 91년생 동갑으로 친한 사이다. "(안)우연이랑은 많이 친해졌어요. 동갑이라서 건너건너 겹치는 친구도 실제로 있을 정도죠. 특히 우연이랑은 커플로 나오다보니 함께 사진 찍어서 SNS에 종종 올리기도 했어요. 긴 호흡의 드라마였고 우연이는 거의 첫작품이다 보니 저도 딱히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느낀 걸 많이 얘기해 주려고 했어요."

그들의 꿀케미는 드라마 밖에서도 이어졌다. 임수향은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제 안우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한 임수향이 민경훈과 미묘한 기류를 보이자 안우연이 질투가 담긴 듯한 메시지를 보낸 것. 둘의 사이가 의심스럽다는 말에 임수향은 손사래를 치며 "그게 너무 귀여웠다. 본방 사수도 해주며 고맙기도 하고 너무 귀엽고 웃겼다. 우연이의 매력이 가득 담긴것 같아서 올렸다"고 해명을 내놓았다.

태민과 실제 안우연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더니 "둘은 전혀 다르다. 우연이는 태민이보다 더욱 재밌다. 또 더 자유분방하기도 하고. 물론 태민이랑 비슷한 면도 있지만 확실히 태민이보다는 더 매력이 있는 친구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이들 커플의 결실을 염원했지만, 열린 결말로 끝나고야 말았다. 대부분의 커플이 결혼에 골인했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화해를 해버린 이 커플의 결말, 임수향은 마음에 꼭 든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 진주처럼 당차고 밝은 대답이었다. "인터뷰 하면서 결혼하지 못한게 섭섭하지 않냐고들 많이 물으시는데, 저는 이런 결말을 원했던 사람 중 한명이예요(웃음) 사실 모든 커플의 결말은 결혼이 아니잖아요. 태민 진주는 자리잡은 인생이 아니었어요. 결혼을 하기엔는 경제적인 능력이나 부모님 반대등 헤쳐나가야할 숙제들이 많았고요. 결혼을 꼭 강요하는게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임수향에게서 진주와 같은 밝고 당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분명히 제게 진주의 모습이 있다. 그간 사연 많고 어두운 작품들, 밑바닥 인생을 연기할 땐 에너지 소모가 컸고 오히려 제 활발한 면이 차분해질 수 있는 계기였다. 이번에는 오히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며 웃는다.

임수향의 말대로 그는 '아이가 다섯'을 통해 그간의 강렬한 이미지를 털어냈다. 임수향은 "그 효과를 바라고 한 것도 없지않아 있다. '저 이렇게 밝은 역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고 속내를 꺼내놨다.

"'아이가 다섯' 캐릭터도 힘들긴 했지만 그 전에는 살인하고 기생도 되어야 하고 고문도 당하고…이렇게 극도로 힘들었어서 이번 처럼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부모님들이 이번 작품을 좋아하셨죠. 딸이 모처럼 딸내미같은 역할을 하니까. 그 전에는 제 캐릭터에 몰입하기 보단 기모노 입고 다치고, 추운데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걱정을 더 많이 하셨거든요. 지금 작품에서는 저의 모습이 많이 보이니 유독 좋아해주시네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제공=한양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