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박보검이 '츤데레' 남주의 새로운 정석을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한국 드라마에 '츤데레' 남자주인공 열풍이 불어 닥쳤다. 쌀쌀맞게 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 '츤츤'과 달라붙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 '데레데레'가 결합해 나온 신조어로, 까칠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성에게는 은근히 따뜻함을 내보이는 인물을 일컫는 말로 자리 잡았다. KBS2 '오 마이 비너스'의 소지섭(김영호), tvN '응답하라 1988'의 류준열(김정환)과 tvN '시그널'의 조진웅(이재한), tvN '치즈인더트랩'의 서강준(백인호) 등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모두가 '츤데레' 캐릭터였다.
그리고 지금, 또 한명의 '츤데레' 남자주인공이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바로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을 연기하는 박보검이다. 박보검이 연기하는 이영은 총명하고 아름다운 조선의 왕세자로 쇠락해가는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다. 외척 세력의 눈을 피해 은밀히 자신과 조선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설렁설렁 껄렁껄렁 '불량 왕세자'로 지내고 있는 그는 역대 '츤데레' 남주들를 모두 지울 만큼 매력적인 '츤데레'다.
'츤데레' 캐릭터를 잡기 위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여자주인공과 다른 캐릭터들에게 까칠하고 불량하게 대했던 기존의 '츤데레'들과 다르다. 박보검은 자신을 가로 막는 외척 세력들 앞에서 가장 까칠하고 강인한 '왕세자'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또한, 여자인 줄도 모르고 자꾸 마음이 가는 내관 홍라온(김유정)에게도 까칠하게 대하지만 오버하지 않는다. 지나친 '츤데레' 컨셉트로 인해 매력은커녕, '도가 지나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타 드라마의 츤데레 캐릭터들과 다르다. 적당한 까칠함과 달콤하기 그지 없는 다정함이 더해져 매력을 더욱 배가 시키고 있는 것.
지난 5일 방송에서 풍등제에서 소원을 빌 때 헤어진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하는 홍라온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내 소원의 너의 어머니를 찾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영의 모습은 보는 이를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풍등을 파고 있는 거리의 어린 아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미소와 왕세자임에도 아이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소박함과 다정한 말투에는 '까칠한 이영'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담백하고 따뜻한 왕세자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영화 말미 홍라온을 데려가려는 윤성(진영)을 향해 냉정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내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왕세자로서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묻어났다.
오버하지 않는 담백하고 다정한 신개념 '츤데레남' 이영. 단언컨대 역대 '한드'가 보여줬던 최고의 '츤데레' 캐릭터다.
한편,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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