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유지태가 "'굿와이프'의 이태준이 '나쁜 남자'로만 보이지 않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한상운 극본, 이정효 연출)에서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잘 나가던 검사이자 혜경(전도연)의 남편 이태준 역을 맡은 유지태. 그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굿 와이프'의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지난 2015년 종영한 KBS2 드라마 '힐러'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유지태는 '굿 와이프'에서 이기적인 남편으로 변신,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그는 극 중 남자다운 외모에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 친구들에 대한 의리를 지킬 줄 알고 입이 무거워 검찰청에서는 신임이 두터운 이태준 부장 검사이지만 반면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그를 싫어하는 적도 상당한 인물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방법도 불가피하다 생각하고, 대의를 위해 더 큰 힘을 갖는 것이 정의라 믿는 남자로 유지태와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초반 매춘부와 성 스캔들로 시선을 사로잡은 이태준은 중반부 혜경과 관계에서 변화를 맞으며 다양한 변화가 생겼는데 유지태는 이런 이태준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유지태는 상대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태준을 때론 한없이 부드럽게 표현하다가도 한순간 섬뜩하게 식어버리는 눈빛 연기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굿 와이프'에서 전형적인 '나쁜 남자'를 연기한 유지태를 향해 시청자는 '쓰랑꾼(쓰레기+사랑꾼 합성어)'이라는 애칭을 지어 주기도 했다.
종영을 이틀 앞둔 유지태는 본지를 통해 "이태준에 대해 '악인' '나쁜 남자'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반대다. 사람을 정의할 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렵지 않나? 누구나 내면에는 악도 있고 선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에 더 큰 부등호를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태준은 야망이나 욕망에 노출된 상황이 크다. 외부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 될 수 있는 상황이 컸던 것 같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선악을 구분하기 어렵고 정의하기 어렵다. 이태준식으로 나름 정의하고 살았던 게 아닐까? 물론 타인의 입장에서는 분명 잘못되고 부정적인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태준 스스로는 악인이라고 보기에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선악의 경계에 선 이태준을 연기하는데 고민이 많았다는 유지태. 그는 "단순하게 악인으로 묘사될 수 있는 지점이 많았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처럼 표현되고 어떻게 하면 입체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드라마는 대본이 다 나온 상황이 아니라 빠른 시간에 캐릭터를 녹이고 표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어려움이 내겐 도전이다. 놓여있는 시나리오를 완성도 있게 끌어 올리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갑자기 나온 대본, 갑자기 나온 대사를 입체적으로 그리는 작업을 고뇌하고 끝내 해냈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매력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CBS 동명 인기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굿 와이프'는 검사 남편이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도연, 유지태, 김서형, 나나, 이원근, 윤계상, 김태우, 태인호, 채동현, 박정수, 전석호 등이 가세했고 KBS2 '스파이'를 집필한 한상운 작가가 극본을, tvN '마녀의 연애' JTBC '무정도시'의 이정효 PD가 연출을 맡았다. 오는 27일 마지막 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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