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한화 이글스의 캐치프레이즈는 '불꽃 한화, 투혼 이글스'이다.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를 꼽는다면, 많은 팬들이 불펜 투수 송창식(31)을 떠올릴 것이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뒤지고 있을 때나 그는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라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팬들이 걱정을 하고 안쓰러워할 정도로 자주 등판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2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66경기에 나서 8승5패8홀드, 평균자책점 4.98. 24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팀 동료 권 혁과 함께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97⅔이닝을 던져 KBO리그 10개 구단의 불펜투수 중 최다이닝을 소화했다. 권 혁과 함께 그를 두고 끊임없이 혹사논란이 일고 있지만, 오히려 "아프지 않은데 나가지 않는다는 건 개인이나 팀에 마이너스다.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심장에는 불꽃같은 투혼이 심어져있는 듯 하다.
24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송창식은 꾸밈이 없었다.
-불펜투수가 8승을 거둬 팀 내 최다승이다. 다른 팀에선 볼 수 없는 어색한 기록인데.
▶우리 팀은 다른 팀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동점이나 지고 있을 때도 등판하고 있는데, 타선의 뒷심이 좋아 경기 후반에 언제든지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1~2이닝을 버텨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다른 팀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때가 많아 불펜 소모가 많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누구가 자리를 메워줘야 하는데, 어떤식으로든 팀에 기여하고 싶다.
-일반적인 팀과 다른 한화 마운드 운용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나는 이길때만 등판하는 필승조가 아니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에는 급할 때 메워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화 불펜을 두고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팀 선수 모두 고생하고 있다. 다들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에 나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데 쉬고 싶다고 뒤로 빠지고, 경기에 나가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선수 개인이나 팀에 마이너스다. 많은 경기에 나서 혹사논란이 있지만 비시즌 때, 겨우내 준비하면 된다.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비시즌에 어떻게 준비했나.
▶시즌 종료 후 한달간은 아예 공을 만지지 않는다. 11월에는 체력훈련을 하면서 어깨 강화에 집중하다가, 12월부터 공을 던지기 시작해 단계를 밟았다. 지난 2012년과 2013년 좋았다가 2014년에 고전했는데, 돌아보니 러닝이 부족했다. 2014년 시즌이 끝나고 서산 2군 훈련장에서 러닝을 많이 했다.(2012년 4승3패1세이브12홀드-평균자책점 2.91, 2013년 4승6패20세이브-3.42를 기록한 송창식은 2014년 1승3패1세이브3홀드-7.45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출전 경기수도 이전 시즌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잠시 팀을 떠나 고교팀 코치로 일한 게 야구인생에 도움이 됐나.
▶예전에는 직구, 슬라이더만 던졌다. 다른 선수가 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내 야구만 했다. 고교팀 코치로 1년을 일하면서 야구를 보는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학생선수들이 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저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전에 보기 못한 걸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세광고를 졸업하고 2004년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2008년에 손가락 끝의 감각에 이상이 나타났다. 폐쇄성 혈전 혈관염으로 팀을 떠나 모교 세광고에서 후배를 지도했다. 그는 병마를 이겨내고 2010년 한화에 복귀했다)
-올시즌 투수코치 보직이 여러번 바뀌었다. 선수 입장에서 혼란스럽지 않나.
▶우리 팀에는 베테랑 투수가 많다. 감독님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이번 시즌 한화는 여러차례 1,2군 코치 보직을 바꿨다. 최근에는 정민태 이상군 계형철 코치 등이 메인 투수코치, 불펜 투수코치를 오갔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대해 '본래 시즌 중에는 코치 보직을 잘 안 바꾸는 편인데, 부족한 점이 보였고, 메시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팬들이 '불꽃 한화'하면 송창식을 떠올린다.
▶어릴 때 입단해 한화에서만 뛰었다. 한화에서 야구를 길게하고 싶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보고 싶고, 중심에 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하나씩하나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올시즌 우리 팀은 힘든 시기가 있었다. 30여경기 남았는데, 집중해서 1구 1구 던지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투수조 조장을 맡고 있지만 주장인 (정)근우형이 모든 걸 잘 해주셔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야구를 길게 하고 싶어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생각하고 있나.
▶선수생활을 마친 선배들이 하나같이 '선수로 뛸 때가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팀을 떠나 있을 때 많은 생각을 했다. 나가서 보니 야구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밖에 없었다. 길게 오랫동안 선수를 하고 싶다. 내년 시즌, 다음 경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으려 한다.
-성적이 좋을 것도 아닌데 팬들이 한화를 열성적으로 응원한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변함없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한다.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이런 응원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8회가 되면 관중석의 팬들이 일제히 기립해 '최강 한화'를 소리높여 외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팬들의 성원에 부응해야 한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