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송강호와 공유가 호흡을 맞춘 영화 '밀정'이 베일을 벗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공유 외에도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 등이 가세했고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내달 7일 개봉한다.
김지운 감독은 2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밀정'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해 "처음엔 '콜드 느와르'를 장르로 정했다. 스파이들의 냉혹한 세계를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서구 냉전시대의 모습과 일제 강점기는 판이하게 다르더라. 그래서 만들다보니 점점 뜨거워지더라"며 "내 스타일은 내려놓고 인물들이 어디로 가는지 쫓는 영화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밀정'이란 단어는 남의 사정을 은밀히 정탐하여 알아내는 자를 뜻한다. 서구적 개념인 스파이, 첩자 등의 단어가 생기기 전인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 경찰은 독립운동 세력의 내부에 끊임없이 밀정을 심었고, 항일 인사들 사이에서도 변절자가 나오는 등, 이념과 체제의 대립인 냉전시대가 드리운 것보다 더 짙은 그늘이 나라를 잃은 같은 민족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밀정'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로 친일을 선택한 인물 이정출(송강호)과 그가 작전 대상으로 삼게 된 항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공유)을 큰 축으로 이들 사이 펼쳐지는 암투와 회유 작전을 그린다.
'밀정'은 송강호와 공유가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다. 임무를 위해 속내를 감추고 서로에게 접근하는 이들은 예상치 못 했던 '케미'로 관객의 시선을 끝까지 장악한다.
송강호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한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지만 '밀정'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점은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고뇌가 초점인 것 같다. 사건과 역사적인 위치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아픈 시대를 관통해왔던 인간적인 모습들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공유는 총격 액션을 펼친 것에 대해 "장난감 총을 좋아해서 많이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웃으며 "시대가 시대라 화기의 성능이 안좋아서 아쉬웠다. 기관총을 쏘고 싶었다"고 웃었다.
실존 인물인 여성 의열단원 현계옥을 모델로 한 의열단 핵심 멤버 연계순으로 분한 한지민은 단아한 미모와 여린 체구에서는 연상할 수 없는 곧은 강단으로 의열단의 최선봉에 서 있다. 관객의 뇌리 속에 기억될 예정이다. 한지민은 "독립 운동을 했던 분들이 특별한 분들이 아니었다. 기술을 모두 갖춘 분들이 아니라 평범했던 분들이었다"며 "기술적인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독립을 위해 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신념을 잊지말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게다가 '밀정'에는 의열단장 김원봉을 모델로한 정채산 역을 이병헌이 연기해 깜짝 출연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에 대해 "약산 김원봉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와 행동력을 고려해서 카리스마 이고 연기력 좋은 배우가 해줬으면 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병헌이 해줬으면 좋겟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연락은 회사에서 했다"며 "이병헌이 바쁜 척을 하긴 했는데 사실 시간은 많았던 것 같더라. 좋은 역할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고맙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밀정'이 제7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부문과 제4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개봉 전부터 해외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밀정'이 '부산행'에 이어 올해 두번째 1000만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