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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하 삼천단부…' 이렇게 부른 애국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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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하 삼천단부 한데 모여 한배님이 건국하신 우리나라 만세…배달민족 배달나라 길이 사랑하세'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오늘날 애국가와 다른 노랫말의 애국가가 발굴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독립운동가인 희산(希山) 김승학(1881∼1964) 선생의 애국가 가사 기록지를 14일 공개했다.
A4용지 절반 크기의 갱지에 적힌 애국가는 현재의 애국가와 마찬가지로 4절에 후렴으로 구성됐다.


'백두산하 삼천단부 한데 모여 한배님이 건국하신 우리나라 만세'(1절), '높고 둥근 백두산은 우리 민족 기상이며 맑고 깊은 천지물은 우리겨레 정신일세'(2절), '우랄산부터 대마도까지 수륙 수만리 우리 선조 즐기시던 보금자리라'(3절).
4절 '이 기상과 이 정신을 모두 합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후렴 '무궁화 화려한 금수강산 배달민족 배달나라 길이 보전하세' 등의 가사는 오늘날 애국가와 비슷하다.
이 기록지는 희산의 후손인 김병기씨가 지난해 한중연에 기탁한 독립운동 자료 250여 점 가운데 나왔다. 희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학무국장,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 발행인, 임시정부 주만 육군참의부 참의장을 지낸 독립운동가다.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 박은식의 '한국통사', '한국독립운동지혈사' 저술을 돕고 해방 이후 '한국독립사'를 펴낸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 애국가는 '삼천단부', '한배' 등의 용어와 희산의 독립운동 경력으로 미뤄 만주 등지에서 활동하던 대종교 계열 독립군들이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삼천단부'는 단군 자손의 무리, '한배님'은 단군을 높여 부르는 대종교 용어다. 그러나 가사 이외의 다른 기록이 없어 정확히 누가, 언제, 어떤 곡조에 맞춰 불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희산이 1958년에 쓴 회고록 '망명객행적록'(亡命客行蹟錄)에 거의 같은 노랫말이 부록으로 실린 바 있지만 학계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가사만 놓고 보면 처음으로 알려지는 애국가인 셈"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