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의 실마리가 필요한 4세트. "탕!" 총성이 울렸다. "오~" 관중석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쏟아졌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6.6'. '사격의 신' 진종오가 쐈다고는 믿기 힘든 점수였다.
응원단도, 사격 관계자도, 취재진도 모두 충격에 빠졌다. 진종오마저 고개를 숙인채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진종오가 메이저대회 결선에서 6점대를 쏜 것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당시 6발까지 1위를 달리다 7발째에서 6.9점을 쏘며 은메달에 그쳤다) 이후 처음이었다. 차영철 대표팀 코치조차 "(한)승우라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금메달은 어려울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 6.6점이 진종오를 깨웠다. 냉정히 상황을 분석했다. "긴장했다기 보다는 조준을 잘못 한 영향이 컸다. 사격을 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 점수라 생각하니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기에 좋았다." 슬로바키아의 파볼 콥은 84.3점, 진종오의 점수는 82.5점이었다. 실수하면 탈락할 수 있는 상황. 콥이 먼저 슛을 했다. 결과는 7.1점. 진종오는 9.6점을 쏘며 한숨을 돌렸다.
분위기를 추스른 진종오는 그제서야 진종오 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5라운드에서 10.4점, 10.3점을 잇달아 명중시키며 단숨에 3위로 도약했다. "3위가 됐을 때 안심이 되더라. 국제대회를 오래 하면서 '3등이구나' 하면 3등으로 끝나더라. 자만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집중하자라는 마음으로 했다." 6라운드까지 '선두' 호앙쑤안빈(베트남)과의 격차는 3.5점. 실수하지 않는 호앙쑤안빈이 야속하기만 했다.
남은 라운드는 단 3라운드. 진종오는 7라운드에서도 10.5점, 10.0점을 맞혔다. 잘싸우던 '동료' 한승우가 탈락하며 이제 사대에는 호앙쑤안빈, 김성국(북한), 그리고 진종오, 단 3명만이 남았다. 동메달을 확보했지만 진종오는 멈추지 않았다. 8라운드에서 10.4점과 10.2점을 쏘며 줄곧 상위권을 달리던 김성국(북한)을 제치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선두 호앙쑤안빈은 174.6점, 진종오는 174.4점. 0.2점의 초박빙에서 이날 승부의 마지막이자 운명을 가를 9라운드가 시작됐다. 이제부터는 심리 싸움. 경기 내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던 후앙수안빈이 마침내 실수를 범했다. 첫 발에서 8.5점을 쏘며 흔들렸다. 첫 격발에서 10.0점을 쏜 진종오가 1위로 올라섰다.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진종오의 불꽃 추격전에 브라질 팬들 조차 매료됐다.
안심하기엔 일렀다. 단 한발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사격이다. 후앙수안빈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이미 흐름을 잃은 눈치였다. 예상대로였다. 8.2점에 그쳤다. 이제 7.7점만 쏘면 금메달이었다. 모든 시선이 진종오의 총구에 모아졌다. 진종오는 마지막 순간에도 초연했다. 흔들림이 없었다. 마지막 점수는 9.3점. 진종오는 그제서야 환한 웃음과 함께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금빛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적 같이 이룬 올림픽 3연패, 그 시작인 6.6점은 진종오에게 어떤 기억일까. "정말 후회없는 올림픽을 하고 싶어서 이를 악물었다. 6.6점은 정신을 깨워줬던 인생의 한 방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