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바도르(피지·8대0 승, 독일·3대3 무)에서 출발한 신태용호가 브라질리아(멕시코·1대0 승)를 찍고 11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에 입성했다.
한국은 14일 오전 7시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앞으로 2승만 더 하면 런던 대회의 동메달 환희를 넘어 올림픽 축구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달성한다. 벨로오리존치행은 '적과의 동침'이었다.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D조 최종전을 치른 온두라스도 같은 비행편으로 함께 이동했다.
새로운 출발이다. 신태용호는 올림픽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첫 걸음부터 심상찮았다. 피지를 무려 8대0으로 대파하며 한국 축구사를 재정리했다. 올림픽 본선 1차전에서 승리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만이었다. 최다 득점과 최다골 차 승리를 갈아치웠다. 최단 시간 3득점(1분 45초), 올림픽 포함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최초 남자 해트트릭(류승우)도 탄생했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최종예선에서도 역사적 여정은 계속됐다. 멕시코를 1대0으로 제압한 신태용호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조 1위 8강 진출을 완성했다. 또 조별리그 최다골과 최고 성적(승점 7점·2승1무)도 경신했다. 악순환 고리 마저 끊었다. 반복되던 '환희→눈물'의 징검다리 징크스가 깨졌다. '환희→환희'로 이어졌다. 2회 대회 연속 8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에 최초가 꼬리를 물고 있다.
'골짜기 세대'라고 낙인 찍힌 그들이 일으킨 대반란이었다. 사실 전망이 밝지 않았다.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4년 전 런던 대회 멤버와 비교될 때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시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등이 23세 이하에 포진했다. 와일드카드에는 박주영(서울) 정성룡(가와사키) 포진했다. A대표팀 급 올림픽팀이었다.
반면 신태용호는 와일드카드 손흥민(토트넘) 장현수(광저우 부리) 석현준(FC포르투)을 제외하고 23세 이하의 경우 권창훈(수원)이 유일하게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너희들은 힘들거야'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골짜기 세대'라는 손가락 질이 독이 아닌 약이 됐다. 선수들은 독기를 품고, 똘똘 뭉쳤다. 가장 늦게 신태용호에 합류한 손흥민이 놀랄 정도다 "와일드카드지만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끌려가는 기분이 가끔 들 때도 있다. 부끄럽지만 어린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분위기를 정했다.
일례로 수비 불안은 신태용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들도 평가를 듣고 있다. 절망하지 않았다. 감독이 시키지도 않은 '보충 수업'을 별도로 했다. 주장 장현수는 자신의 방을 '사랑방'으로 만들었다. 수비수들을 불러 모아 토의하고, 연구했다. 멕시코전 무실점은 이런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일궈낸 하모니였다.
공격라인도 뒤지지 않았다. 한 방을 사용하는 손흥민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비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신태용호에 '나'는 없었다. '우리'만 존재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도 없었다. '원팀'이 이룬 이유있는 8강행이었다.
그렇게 조별리그 문턱을 넘었다. '꿈의 금메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신태용호가 8강 무대에 선다.
이제 그들의 기세는 온두라스 접수를 향해 있다. "8강 진출 분위기는 오늘까지만 즐기자. 내일부터는 8강전인 온두라스전에 집중하자. 오늘은 재충전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축구 생각만 하자." 장현수가 멕시코전 직후 라커룸에서 후배들에게 건넨 말이다. 그 밤이 지나갔다. 8강전부터는 단두대 매치다. 패하면 짐을 싸야 한다. 신태용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