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배선영·백지은 기자] tvN 금토극 '굿와이프'에서 나나가 연기하는 김단은 여러모로 특별한 캐릭터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양성애자 캐릭터를 다루기도 했고, 성격도 비범하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 당황하는 법 없이 얼굴을 바꾼다.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섹시하게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내는 나나의 달콤살벌 걸크러쉬 매력에 이미 브라운관은 흠뻑 빠진 모습이다. 아무리 중국에서 후난위성TV 드라마 '상애천사천년'과 영화 '두라라 추혼기'를 촬영해봤다고는 하지만 국내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인데도 나나의 연기에는 여유가 묻어있다. 실제 성격도 그렇게 여유 넘치냐고 묻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사래를 친다.
"아뇨! 절대요.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얼굴은 여유로워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스태프는 다 알아요. 첫 촬영 때도 손을 엄청 떨었어요. 너무 긴장돼서 죽는 줄 알았죠. 촬영 초반에는 '틀리지 말아야지', '대사 똑바로 외워야지', '시선은 어떻게 해야지', '표정이랑 제스처는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들은 하지도 못했어요. 그저 저한테 주어진 대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대사를 전달하면서 그 대사가 가진 느낌에 집중하다 보니 저절로 표정도 나오고 제스처도 생긴 것 같아요. 지금은 촬영 현장에 많이 적응했기 때문에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조금 더 신경쓰고 대본도 보고 있어요."
워낙 애교많고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인 만큼, 현장에서 나나의 응원군도 생겼다. 작품을 연출하는 이정효 PD는 물론 대선배이자 김혜경 변호사 역을 맡아 나나와 호흡을 맞추는 전도연 까지도 나나의 연기 선생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감독님은 제가 놓치는 부분들을 많이 얘기해주셨어요. 연기 경험이 없다 보니까 카메라를 어떻게 봐야 할지,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도 다 어렵더라고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챙겨주셨어요. (전)도연 언니도 연기 톤에 대해 말씀해주시기도 하고요. (전)도연 언니와 가장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오디션 때도 뵀는데 너무 예뻐해 주셨어요.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게 느껴지니까 저도 마음을 열게 되더라고요. 얘기도 잘 통하고 성격이나 성향이 비슷한 점도 많아요.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털털하고 수수하고 꾸밈없고 솔직하세요. 너무너무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배님이랑 같이 있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잘해주시기까지 하니까 완전히 빠질 수밖에 없었죠."
현장 밖에서는 역시 애프터스쿨 멤버들이 큰 힘이 되어줬다. 나나는 2009년 '너 때문에' 활동 당시 애프터스쿨에 합류했다. 이후 애프터스쿨에서는 가희 베카 정아 주연이 졸업하고 레이나 리지 이영을 영입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애프터스쿨은 나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번 '굿와이프' 출연을 확정하고 나서도 멤버들이 더 기뻐해줬다고.
"너무 좋아했어요. 제가 너무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굿와이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축하도 많이 해주고 좋아해줬어요. 하지만 한번도 제가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나나가 연기 못해서 안 좋은 얘기 들으면 상처받을텐데 어떻게 하지…'하고 정말 제 입장에 서서 걱정도 많이 해줬어요. '첫 연기는 다 잘할 수 없어. 연기 하면서 경험이 쌓이고 하다 보면 언젠가 인정도 받고 잘하게 될거야.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마'라며 진심어린 격려도 많이 해줬고요."
실제로 '굿와이프' 1회에서 나나가 보여준 사투리 연기는 리지의 피처링으로 탄생한 장면이란다. 1회에서 나나가 전도연과 함께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건의 실마리를 잡으려면 범행 장소에 설치된 CCTV 영상 확보가 절실했던 상황. 나나는 애교 가득한 경상도 사투리로 경비원의 마음을 빼앗았다. "저는 고향이 청주라 경상도 사투리는 아예 몰랐어요. 그런데 리지가 생각나더라고요. 바로 대사를 찍어서 보냈더니 리지가 전화로 얘기해주고 녹음해서 파일도 보내줬어요. 만나서는 한 번 해보라며 들어준다고 하고 꼼꼼히 알려줬어요."
나나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는 캐릭터에 100% 녹아들어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애프터스쿨로 무대에 섰을 때는 카리스마 있고 강한 느낌을 준다. 또 레이나 리지와 함께 오렌지 캬라멜로 돌아왔을 땐 누구보다 간드러진 애교와 귀여움으로 중무장한다. 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밝고 사랑스러운 나나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
"연기는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전)도연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카리스마 있고 깊은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부럽기도 하고요, 저라면 어떻게 연기했을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요. 그래서 연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물론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빨리 준비해서 보여 드리고 싶어요."
sypova@sportschosun.com, silk781220@,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