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자주하는 한화 김성근 감독이 무려 닷새를 참았다. 한화 외국인투수 카스티요는 11일 롯데전에 선발등판했다. 5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지난 6월 마에스트리 대체 용병으로 한국에 온 뒤 대부분 4일 휴식후 마운드에 올랐다. 하루 휴식을 더준 이유는 상대가 롯데였기 때문이다. 카스티요는 롯데전 '표적 선발'이었다. 카스티요는 전날까지 시즌 4승(2패)을 거뒀는데 2승은 롯데를 상대로 따낸 승수다. 롯데전 2경기서 15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20)으로 강했다.
이날도 노림수는 성공에 가까웠다. 카스티요는 롯데 타선을 상대로 4회까지 볼넷 하나만을 내주고 5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노히트노런이었다. 이날 카스티요는 최고 155㎞의 묵직한 강속구에 140㎞대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을 섞어 던졌다. 20㎞가 넘는 속도차이에 롯데 타자들은 경기초반 속수무책이었다. 카스티요는 5⅔이닝 6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에는 실패했지만 팀의 3대2 승리를 밑거름이 됐다.
한화 타선은 어렵사리 점수를 짜냈다. 1회초 톱타자 이용규가 선두타자 홈런을 쏘아올렸다. 1-0으로 앞선 4회초에는 2사 1루에서 타점 선두 로사리오가 우중간 1타점 2루타로 두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2-0 리드속 순항하던 카스티요는 5회말 2사후 갑자기 흔들렸다. 1사후 6번 강민호를 3루 땅볼로 솎아낼 때까지는 여전히 노히트노런이었다. 하지만 7번 김상호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8번 문규현은 좌익선상 2루타, 이어진 2사 2,3루에서 9번 김동한이 1타점 2루수 내야안타를 뽑아냈다. 롯데는 1-2로 따라붙었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1번 손아섭 타석때 1루주자 김동한이 2루 도루에 성공해 2사 2,3루. 손아섭의 타구도 빗맞아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크게 원바운드로 튀어올랐다. 포수 차일목이 잡았지만 이미 손아섭은 1루를 거의 도달했다. 주자 올세이프 1타점 내야안타. 카스티요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후 2사만루에서 4번 맥스웰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카스티요는 물러나며 2-2 동점에 만족해야 했다.
한화는 7회초 다시 달아났다. 1사후 9번 장민석의 좌전안타에 이어 2사 2루에서 정근우가 1타점 내야안타로 3-2 리드를 잡았다. 한화는 이후 불펜 필승조가 총출동했다. 6회 2사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한화 송창식은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7승째(3패7홀드)를 거뒀다. 구원승으로만 팀내 최다승이다. 8회 2사후 마운드에 오른 권혁은 ⅔이닝 무실점, 정우람은 9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⅔이닝 무실점 시즌 12세이브(4승4패). 울산=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