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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휴장기 경주마들은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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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런파크 서울이 혹서기를 맞아 8월 첫째 주에 경마 휴장기를 가진다. 부산과 제주 경주가 중계되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실제로 경주마가 달리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 경마관계자들도 휴장기 동안 대거 휴가를 떠나고 매주 시행되는 출발심사와 주행심사도 없다. 때문에 렛츠런파크 서울은 경마 휴장기가 되면 사뭇 한산한 분위기를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도 경주로의 주인, '경주마'들은 발을 가만히 놀릴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선 누구보다도 경주마에게 1주일간 유급휴가를 주고 싶은 게 마주와 조교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0.01초를 다투는 경마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장시간 몸을 놀린 경주마는 다음 경주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경마관계자들이 피서를 떠나는 휴장기에도 경주마의 일상은 크게 변함이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서인석 조교사는 "일주일밖에 안 쉬기 때문에 오히려 훈련을 뺄 수가 없다"며 "무턱대고 오랜 시간 휴식을 시킬 경우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각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통상 경주마의 출전 주기는 한 달 전후며 훈련 기간은 3주~4주 정도다. 50kg이 넘는 기수를 태우고 최대 2000m가 넘는 경주로를 쉼 없이 달려야 하기에 한 번 출전 시 흘리는 땀의 양도 상당하다. 때문에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경주 후 며칠간 휴식을 취하는 데 경주마에겐 이 시간이 일종의 '휴가'라 할 수 있다. 서 조교사는 "굳이 더 찾자면 경주 등의 이유로 외부로 나갈 일이 있을 때, 이를 휴가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8월 첫째 주 경마 휴장기에도 경주마의 일상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흘러간다. 통상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되는 조교(훈련)도 동일하게 받는다. 두당 하루 평균 조교시간은 약 20분 정도로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경주마의 능력향상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통상적으로 속보와 가벼운 구보 위주로 조교를 시키다 결승선 직전주로에서는 습보를 반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대신 힘겨운 조교가 끝나면 샤워, 냉찜질을 즐길 수 있다. 냉찜질을 받으면 경주마 역시 사람처럼 눈을 감고, 낮게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혹서기 원기회복을 위해, 말의 신체 중 온도가 가장 높은 다리에 얼음찜질을 하기도 한다. 냉찜질은 근육경련을 예방하며 체온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샤워와 찜질을 끝낸 경주마는 식사를 겸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마냥 쉬기만 하는 건 아니며 이 시간을 활용해 경주마의 건강을 살피고 낡은 편자도 새로 정비한다.

휴식이 끝나면 가벼운 오후 운동이 기다린다. 워킹머신에 들어가 홀로 원을 그리며 돌거나 관리사와 함께 원형운동을 한다. 위킹머신은 둥근 원형의 기계에 최대 6마리의 경주마가 들어가 훈련하는 기구다. 속도도 조절 가능해 뛰거나 걸을 수 있다. 경주마를 위한 '런닝머신'이다. 경주마들은 이 기구를 통해 훈련 전에는 워밍업(준비운동)을, 훈련 후에는 쿨링다운(마무리운동)을 하게 된다.

경주마가 여름철에 가장 반기는 공간은 뭐니 뭐니 해도 말 수영장이다.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수심이 3m에 이르는 말수영장이 있다. 하루 평균 약 80마리의 경주마가 방문한다. 처음이라 물을 무서워하는 경주마부터 여유롭게 헤엄치는 말까지, 경주마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수영을 즐긴다.

통상 수영장 한 바퀴를 도는 것은 1400m의 주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때문에 수영장은 말들에게 있어 혹서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인 동시에 최고의 훈련장이다. 서 조교사는 "여름철 훈련은 사람을 퍼지게 만든다. 경주마 또한 마찬가지"라며 "훈련의 강도는 낮추되 몸의 능력은 강화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한데 수영이 바로 그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리상태가 좋지 않은 말들도 물속에서는 큰 무리 없이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말들이 처음부터 수영장 입수를 반기진 않는다. 하지만 무더위에 떠밀려 몇 차례 수영장에 들어가다 보면 나중에는 오히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리사의 손을 당긴다. 서 조교사는 "겁이 많은 동물답게 처음에는 물을 피하려는 경주마도 있다. 하지만 몇 번 하다보면 스스로 즐긴다"고 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