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이루는 밤이 찾아왔다.
지구촌이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세계인의 축제, 2016년 리우올림픽이 6일(이하 한국시각) 성대한 막을 올린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3회 연속 '10-10' 달성을 노린다. 시작부터 금메달 낭보가 예고돼 있다. 사실상 대회 첫 날인 7일부터 8일, 일요일부터 월요일 새벽 사이에 금맥이 터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회 대회 연속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길 사격의 진종오를 시작으로 세계 최강 남녀 양궁 단체전, 유도의 김원진 안바울, 펜싱의 신아람 허 준 등 쟁쟁한 금메달 후보들이 총출동한다. 선수들의 생생한 '금빛 시나리오'를 현장 발로 공개한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회 대회 연속 첫 금 노리는 진종오, 올림픽 모드로 완벽 전환
"컨디션 좋네요." 진종오(KT)의 연습장면을 지켜본 박병택 코치의 말이다.
지난달 25일 리우에 입성한 진종오는 모든 시계를 7일에 맞췄다. 2회 연속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기 위해서다. 진종오는 7일 리우의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에 나선다. 진종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주종목은 아니지만 '사격의 신' 진종오이기에 기대는 크다.
그래서인지 진종오는 잔뜩 예민한 모습이었다.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묵묵히 과녁만을 바라봤다. 인터뷰도 모두 사절했다. 박 코치는 "종오가 예민한 상태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종오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이 된 선수다. 올림픽 경험도 많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했다.
박 코치의 말대로 였다. 진종오는 차분하게 올림픽 모드로 전환 중이었다. 진종오는 4일부터 훈련시간을 현지시각 오후 1시로 바꿨다. 본선이 열리는 시간이다. 박 코치는 "이전까지 오전 10시에 훈련했는데 경기 시간으로 몸을 조금씩 맞춰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하루 200발을 쏘는 진종오에게 허투루 쓰는 총알은 없었다. 모니터로 보인 그의 과녁은 일정한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본 박 코치가 씩 웃었다.
진종오는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리우에 입성하기 전 신발을 바꿨다. 새로운 보라색 역도화가 미묘하게 밸런스를 흐트러 놓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4년 전 2개의 금메달을 안겼던 역도화와 같은 모델을 가져왔다. 색깔도 그대로 빨간색이다. 공교롭게도 진종오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총의 색깔도 빨간색이다.
연습 중인 진종오 옆에 팡웨이(중국)가 자리를 잡았다. 진종오가 라이벌로 꼽은 선수다. 팡웨이는 진종오가 은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다. 세계 대회에서도 종종 진종오의 발목을 잡았다. 진종오의 사격 모습을 지켜보던 팡웨이가 바로 옆 사대에 서자 박 코치는 "종오의 리듬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종오가 신경 쓰인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만의 사격을 이어나갔다. 완벽한 올림픽 모드로 전환한 진종오에게 라이벌은 오로지 '자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