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렸다. 그러나 남미 대륙은 '미지의 세계'였다.
120년 만에 드디어 올림픽의 빗장이 풀린다. 남미에서 벌어지는 첫 올림픽, 브라질이 지구촌의 주연이 된다. 현지시각으로 3일 밤 리우데자네이루의 밤하늘은 화려한 폭죽이 수놓았다. 개막식 리허설이 열렸다. 축제의 서막이었다. 브라질 곳곳을 누빈 성화도 이날 리우에 입성했다.
선수들은 4년을 기다렸다. 서른 한 번째 하계올림픽인 2016년 리우올림픽이 6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전 세계 207개 나라에서 1만5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2일까지 16일간 28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놓고 우정과 화합의 경연을 펼친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 24개 종목에 선수 204명을 파견했다. 목표는 '10-10'이다. 금메달 10개 이상을 수확해 4회 연속 종합메달 순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다. 리우와 대한민국의 시차는 12시간이다. 낮과 밤이 정반대다. 밤을 잊은 '금빛 낭보'가 대한민국을 향해 질주를 시작한다.
'새로운 세상(뉴 월드·New World)'은 이번 대회의 공식 슬로건이다. 개막식에는 브라질 전통문화와 아마존의 풍성한 자연환경, 세계인의 화합과 새로운 미래를 강조하는 자리로 꾸며질 예정이다. 한국 선수단은 개막식에서 포르투갈 알파벳 순서에 따라 207개 참가국 가운데 52번째로 입장한다. 기수를 맡은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이 선봉에 선다.
개막식의 피날레이자 꽃은 역시 성화 점화다. 리우올림픽 성화는 4월 22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됐다. 5월 3일 브라질리아를 시작으로 2만㎞에 달하는 대장정을 펼쳤다.
관심은 성화 점화자다.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가 첫 손에 꼽힌다. 통상 성화 점화자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깜짝쇼'를 통해 감동을 극대화 한다. 하지만 올림픽에도 '펠레의 저주'일까. 펠레는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성화 점화를 부탁받았다"고 공개했다. 이어 "브라질 국민으로서 성화 점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스폰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성화 점화를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기누설'을 한 데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물론 펠레는 점화자로 손색이 없다. 단 한번도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없지만 축구하면 떠오르는 전설적 인물이다. 특히 개막식이 열리는 마라카낭 주경기장은 펠레가 1957년 국가대표로 출전해 첫 골을 터뜨린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또 1969년 같은 장소에서 통산 1000호골을 달성했다.
요트 선수 출신 토르벤 그라에우와 테니스 선수 출신 구스타부 쿠에르텐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라에우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 2개를 포함해 모두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쿠에르텐은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4년 전 런던 대회처럼 허를 찌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5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딴 조정 영웅 스티브 레드그레이브가 성화를 점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명의 10대 선수 7명이 공동 점화자로 나선 바 있다.
리우의 마지막 선택막 남았다. 그리고 성화대에 불을 밝히는 순간 비로소 리우의 전설도 시작된다. 사우바도르(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