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 C조에 포진한 사령탑들이 첫 결전을 하루 앞둔 4일(이하 한국시각) 2016년 리우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개최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감독들의 동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시간 간격으로 한국→독일→피지→멕시코 순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조별리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전 기자회견'에 각 국 언론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출사표는 4인 4색이었다. 감독들의 입을 통해 각 팀의 색깔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신태용 감독은 '책임'
신태용 감독이 기자회견의 1번 주자였다. 그의 언변은 거침이 없다. 이날도 그랬다.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피지와 1차전을 앞둔 신 감독은 '책임론'을 내세웠다.
올림픽에서 축구는 늘 가장 먼저 시작된다. 리우올림픽에서도 개막 이틀 전 여자 축구가 시작됐고, 남자 축구는 하루 전 막이 오른다. 신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이 드디어 시작된다. 아직 대회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한국 선수단 전체를 대표해 축구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며 "한국 선수단이 좋을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멋지게 첫 경기를 장식하고 싶다. 팬들은 물론 선수단에게 승리의 기를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흐루베쉬 감독은 '거만'
호르스트 흐루베쉬 독일 감독은 지각했다. 30분이나 늦었다. 그러나 더 당당했다. 답변에서도 '거만'과 '자신감'의 경계를 오갔다. 첫 상대인 멕시코의 자존심을 긁었다. 그는 "멕시코는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가 최강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경계하고 있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그라운드에 출전하는 11명이 모두 위험하다.그러나 나는 일반적으로 우리 팀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독일은 선수들의 소속팀 프리시즌 일정으로 일주일 전 팀을 꾸렸다. 흐루베쉬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훈련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우리는 프로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리나 감독은 '기적'
올림픽 첫 출전인 피지의 프랭크 파리나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겸손한 듯 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다. 호주 출신으로 피지 축구를 이끌고 있는 그는 "피지 축구는 올림픽 첫 출전이다. 피지는 작은 나라며 인구는 100만명 이하다. 피지의 메이저 스포츠는 럭비다. 축구 종목의 올림픽 출전은 환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한국, 멕시코, 독일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팀"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시작된 한국 축구와의 오랜 인연과 성장세도 높게 평가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파리나 감독은 "피지 선수들은 선천적으로 체력이 뛰어나고 90분 내내 포기하지 않는다. 정신력도 뛰어나다. 우린 어느 팀과 만나도 즐길 것"이라며 "피지 축구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브라질에 왔다"고 강조했다.
▶구티에레스 감독은 '경험'
라울 구티에레스 감독은 여유가 흘렀다. 멕시코는 올림픽 디펜딩챔피언이다. 이번 대회의 기대도 크다. 진용도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티에레스 감독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오리베 페랄타(32·클럽 아메리카), 호르헤 토레스 닐로(28·티그레스), 알프레도 탈라베라(34·톨루카 FC)를 발탁했다. 풍부한 경험이 자랑이지만 나이가 많아 23세 이하가 주축인 올림픽과는 거리가 먼 조합이다. 특히 이들은 A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구티엘레스 감독도 경험을 내세웠다. 그는 은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 훈련을 통해 준비가 잘 돼 있다. 첫 경기인 독일전이 중요하다"며 "우리 팀은 경험이 가장 큰 무기다.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4개팀 가운데 2개팀만 살아 남는다. 5일 드디어 승부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다. 사우바도르(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