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올 여름 한국영화시장에서 4연타석 홈런이 터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중인 '부산행'에 이어 '인천상륙작전'도 순조로운 흥행 가도를 걷고 있고 3일 개봉한 '덕혜옹주' 그리고 오는 10일 개봉하는 '터널'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유래없이 한국영화 네편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일까지 '인천상륙작전'은 누적관객수 390만2254명의 관객을 모으며 400만 고지를 눈 앞에 뒀다. '부산행'은 925만2054명의 관객을 모았고 이날 개봉한 '덕혜옹주'는 28만1867명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터널'은 언론시사회 직후 호평이 연이어 나와 관계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 오달수 콤비가 다시 호흡을 맞춘 '터널'은 배두나까지 가세하며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들의 '쿼드러플' 흥행 가능성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네 편 모두 전혀 다른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행'은 사회 문제를 적절히 섞은 좀비물이다. 굳이 문제의식을 갖지 않더라도 두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영화 같은 첩보물이다. 중반 이후까지 첩보물의 성격을 띄다 마지막에 본격 전쟁영화로 바뀐다. 반면 '덕혜옹주'는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다룬 팩션 드라마다. 또 '터널'은 터널이라는 공간에 갇혀 생과 사를 다투는 인물의 재난드라마다.
이같이 전혀 다른 장르들이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경쟁 관객층이 겹치지 않고 오히려 세편 네편을 모두 보는 관객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극장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아진 후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모두 관람하는 관객층이 많아졌다"며 "1000만 영화가 한 해에 한두편 등장할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 인구로 한 해에 1000만 영화가 두편이나 나온다는 것은 복수의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층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 영화시장은 한 장르가 인기를 모으면 같은 장르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트렌드였다. 2014년에는 '명량'과 함께 '군도' '해적' '역린' 등 다수의 사극이 주를 이뤘고 지난 해에도 '베테랑' '악의 연대기' '성난변호사' '탐정:더 비기닝'에 '내부자들'까지 범죄물들이 많이 개봉했다. 하지만 올 여름은 전혀 다른 장르물들이 극장을 장악하며 어느 한 작품 허투루 볼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가운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1000만 관객이 기정사실화 된 '부산행'에 이어 또 어떤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넘어설지 주목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