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박정현 무패 행진이 깨졌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신의 목소리' 박정현의 무패 신화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박정현의 9연승을 저지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22세 대학생 임영은이었다. 청량한 목소리의 임영은은 박정현의 '꿈에'를 선곡, 노래의 원조 가수인 박정현을 상대로 열창했다.
임영은은 감미로운 미성으로 속삭이듯 노래를 시작해, 후렴 부분에서 파워풀한 고음을 내지르며 절묘한 강약 조절을 선보였다.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성 표현까지 더해져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인피니트의 '내꺼하자'를 상상불가 미션곡으로 받은 박정현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무대를 선보였다. 원곡의 신나는 댄스리듬을 R&B로 편곡,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히 소화해 냈다. 서로 다른 두 색깔의 무대가 끝나고, 결과는 임영은의 승리로 돌아갔다. 박정현은 마침내 자신의 어깨 위 짐을 내려 놓은 듯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박정현은 대결 전부터 도전자의 놀라운 기량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임영은의 '꿈에'를 들은 그녀는 "이제껏 들어본 '꿈에' 무대 중 단연코 최고였다. 전주만 들어도 제가 대신 긴장이 되더라"라며 흥분해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케이윌이 "너무 대견해하고 있다"라고 대신 전해줬을 정도. 윤도현 또한 "이런 박정현의 모습 처음본다"라며 놀라워 했다.
박정현은 흥분을 가라앉힌 뒤 "너무 뿌듯하다. 간주를 들어내고 쉴 틈 없이 노래를 했다. 그게 훨씬 어려운 것. 너무 흥분된다"라며 자신의 노래를 멋지게 소화 해 준 도전자의 무대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의 부담감을 토로하며 임영은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박정현은 '신의 목소리'의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였다. 어떤 미션곡과 어떤 핸디캡이 주어져도 끄떡없는 그녀의 목소리 덕에, 1억원 상금의 주인공은 좀처럼 탄생하지 않았다. 시청자 사이에서는 박정현이 제자진의 '보험'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신의 목소리'는 일반인이 프로 가수를 상대로 대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포맷만 봤을 때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비록 도전자가 선택한 곡을 3시간 안에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해야하는 핸디캡이 주어지지만, 평생을 노래에 매진해 온 가수를 이긴다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특히 박정현은 그간 도전자들이 내민 수 많은 상상불가 미션곡들을 트로트, 댄스 뮤직, 랩에 이르기까지 매 번 다른 스타일로 재해석해내며 진정한 '신의 목소리'임을 인증했다. AOA '심쿵해'는 비록 앞에 두 번의 실수가 있었음에도 세 번 모두 다른 장르로 소화, 박정현의 진가를 드러낸 레전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박정현의 무패 신화가 계속 될 수록 그의 기록이 언제쯤 깨질까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졌다. 위대한 보컬리스트에게 맞설 정도로 놀라운 실력을 지닌 도전자를 조명하고, 그 용기와 재능에 박수를 쳐주는게 '신의 목소리'의 존재 가치이기 때문이다.
'신의 목소리'는 오는 15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1을 마무리 한다. 마지막 방송 전 '신의 목소리' 최고의 관전 포인트였던 박정현을 이긴 일반인 도전자의 탄생은 반가움을 자아낸다. 박정현의 무패신화로 마무리 됐다면 '역시 가수를 이길 수 없구나'라며 막을 내렸을 것.
하지만 임영은의 승리와 그녀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박정현의 모습은 아직 곳곳에 숨어 있는 아마추어 가수들을 궁금케했다. '신의 목소리' 시즌2가 기다려지게 했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SBS '신의 목소리'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