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이 정말 잘해준 덕이죠."
빈말 같지는 않다. 원래 KIA 타이거즈 '캡틴' 이범호는 빈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말할 때의 표정이나 태도에서도 진심이 묻어나왔다. 이범호는 진심으로 최근 KIA의 상승세의 공을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범호는 이렇게 말만 남기고 돌아서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 자세히 설명했다. 들어보니 주장에 확실한 논리가 있었다. 이범호는 "시즌 초반에는 나를 비롯한 베테랑들이 주도했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잘 뛰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체력'과 '실력'의 상관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범호는 "마침 요맘때가 고참들의 체력이 가장 떨어질 시기다. 나 역시 요즘 날이 더워서 늘 힘들다"면서 "딱 때를 맞춰 이런 시기에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다. 이 후배들이 좋은 활약으로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선배들도 좀 더 힘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초반에는 팀이 잘 안풀릴 때 내가 내 힘으로 해결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 힘들다. 그런데 내 앞에서 김호령이나 노수광 등 젊은 후배들이 치고 나가 타점 기회를 만들어 주더라. 아무리 힘이 떨어졌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땅볼을 쳐서라도 점수를 낸다. 그런게 바로 후배들에게 고마운 점이다."
이어 이범호는 이런 젊은 선수들, 특히 최근 경기에 많이 나오는 선수들의 선전이 선배들 뿐만 아니라 그 선수 또래의 동료나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호령이나 노수광, 강한울 이런 후배들은 홈에서 경기가 끝나면 팀이 이겼더라도 실내연습장에 들어가 연습할 때가 많다. 팀이 이겼어도 자기 모습 자체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이런 모습은 선수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팀 전체로 봐도 좋다. 주전급 선수들이 계속 연습을 쉬지 않는 게 비슷한 또래의 백업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제가 된다. 그런 점들이 자주 나오면서 팀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모습이지만, 이범호는 그런 행동들이 본인과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스로도 그런 역할을 과거에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후배들을 신뢰하고 아끼는 것이다. 선수 서로간에 확고한 믿음이 형성됐다는 것. KIA가 후반기 무섭게 위로 올라가는 추진력일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