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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스폰서의 검은유혹,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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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광풍이 4년 만에 다시 몰아쳤다. 4년 전 관련 선수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영구제명 조치가 취해졌는데도 독버섯처럼 다시 살아났다.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구단들이 지난 4년간 매년 전 구단의 1,2군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승부조작이 워낙 은밀하게, 점조직 형태로, 개인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다보니, 계도 차원의 교육이나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도 사건의 중심에는 어김없이 스폰서의 얼굴을 한 브로커가 있었다. 선수 프로야구가 최고의 프로 스포츠로 자리를 잡고 위상이 커지면서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 큰 유혹에 노출돼 있다. 선수 주위에 야구팬을 자처하는 사업가, 스폰서들이 들끊는다. 술과 밥을 사고, 향락을 제공하며 선수의 환심을 산다. 물론, 함께하는 자리가 늘수록 끈끈한 관계가 형성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모든 걸 알아서 해주니 이런 호의가 반가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공짜'란 없다.

프로야구 외야수 출신의 한 야구인은 "처음에는 다른 선배 선수를 잘 안다며 접근해 술과 밥을 사는데, 첫 만남부터 '형님 동생'이 된다. 선물을 줄 때도 있다. 저연차 때는 잘 몰랐지만 몇 차례 경험을 해보면 왜 접근했는 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사인볼을 부탁기도 하고, 입장권을 요구할 때도 있다. 또 술자리에 불러 다른 사람에게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자꾸 이런 일이 반복돼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웬만한 선수, 지도자 곁에는 늘 이런 스폰서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유지일 수도 있고, 동네 주먹일 때도 있다. 이런 대접을 즐기는 야구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수도권보다 지방팀일 수록 더 스폰서 문화가 만연해 있다.

물론, 이런 수준의 스폰서라면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승부조작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브로커도 처음에는 순수한 야구팬의 얼굴, '형님'으로 접근했다.

투수 출신의 한 야구인은 "예전에는 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이 팬의 입장에서 스타 선수와 친분이 있다는 걸 과시하려고 다가왔다. 하지만 요즘엔 많이 달라졌다. 선수에게 돈을 쓴 것 이상으로 뽑아내려고 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승부조작같은 '검은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씀씀이 큰 '형님'은 특정 선수를 통해 다른 선수를 소개받아 교류 범위를 넓힌다. 적당히 여러 선수를 관리를 하면서 선수 성향을 파악하고 기회를 엿본다고 한다.

이번 승부조작 검찰조사에서 해당 선수가 '술과 밥을 얻은 것 밖에 없다'고 하자 브로커가 "내가 왜 너한테 술을 사고 밥을 샀겠느냐"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승부조작에 실패했을 때 이태양은 브로커로부터 신체 위해 협박을 받았다. 한번 수렁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검은 덫이다. 약점을 잡고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1일 '프로야구선수의 경기조작사건에 대한 선수협의 사죄와 입장'을 발표했다. 선수협은 '검은 유혹의 온상인 스폰서 문화의 현실을 선수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야구계의 스폰서 문화가 승부조작 등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