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지분유에 유지방을 첨가해 만드는 '환원유(還元乳)'로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유제품전문기업 푸르밀이 일본 제품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벤치마킹을 했다'는 주장을 해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푸르밀의 도덕불감증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제의 제품은 푸르밀이 지난 2월 출시한 '특농우유'다. 이 제품은 '진하고 맛있는 우유'라는 점을 내세워 시장에서 어필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품 설명을 보면 '기존 우유보다 우유 풍미가 강하고 진한 우유, 차별화된 제품'이며 '단백질, 칼슘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우유'다. 특히 유크림이 들어있어 거품이 잘 만들어지고, 특히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등을 만들 때 좋다고 푸르밀 측은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품의 메인 콘셉트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마저도 일본 제품과 똑같아 파문이 일고 있다.
푸르밀의 특농우유는 일본의 유명 유제품 브랜드인 유키지루시 메구미루쿠의 우유처럼 남색이 테두리를 장식하고, 패키지 하단부엔 살짝 노란색을 넣었다. 물결치는 듯한 디자인도 똑같다. 일본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제품명 표기만 한국어로 바꾼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표절 의혹과 관련해 푸르밀의 입장은 당당하다. "우유 전문 브랜드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제품을 그대로 베낀 듯 유사점이 너무 많다. 특히 패키지 디자인에 있어 저작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푸르밀은 "제품 출시 이전에 법무팀에서 다각도로 검토를 거쳤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농(特濃)이란 표현 자체는 일반 제품에 비해 더 진한 맛이나 풍미를 자랑하다는 것을 강조한 일반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제품 디자인 등도 저작권 침해의 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디자인 변경 등의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푸르밀은 '무늬만 흰우유'인 환원유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환원유란 우유를 말린 탈지분유와 유지방 등을 원유와 섞어 우유처럼 만든 가공유를 뜻한다. 그런데 푸르밀은 그간 자사의 환원유에 일반 흰 우유로 오인하기 쉬운 제품명('밀크플러스')과 디자인을 사용, 소비자에게 혼동을 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이 수입 분유를 원료로 사용해 한국낙농육우협회로부터 생산·판매 중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당시 협회는 공문에서 "수입 분유를 사용한 환원유 제품을 일반 시유제품처럼 판매해 전국 낙농가가 충격에 빠졌다"며 "국산 분유 재고에 따른 어려움을 주장하는 유업계가 유제품 수입에 열 올리는 행위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푸르밀은 이에 대해 "초코우유나 딸기우유 등 유색 가공유 중심인 가공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출시한 백색 가공유"라며 "우유에 준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충족해 '밀크플러스'라는 이름을 붙였고 법적인 표기 사항은 모두 준수했다"고 당당히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푸르밀은 협회의 강한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현재 푸르밀은 이 밀크플러스의 원료를 국산 분유로 바꿨으며,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의 이름 또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짜 우유'인줄 알고 샀던 소비자들의 비난을 너무나 늦게 받아들인 푸르밀은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푸르밀이 이처럼 연이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르밀의 대응과 해명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푸르밀이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