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은범이 또 웃지 못했다. 28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에 송은범은 선발 등판했다. 지난 26일 롯데전 선발 등판(1이닝 3실점 조기강판) 이후 이틀만이다. 2경기 연속 선발은 14년만의 진기록. 그리 달갑진 않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경기전 투수가 없어 송은범을 선발로 냈고 갑작스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 송은범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보이던 모습이 나와 교체했다"고 했다. 송은범의 몸상태는 별 이상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송은범은 역투했다. 상대 선발은 전날까지 다승 공동선두(10승2패)에 평균자책점 1위(2.71)를 기록중인 넥센 에이스 신재영. 중고신인으로 유력한 신인왕 후보에 다승왕 경쟁자다.
2회와 3회 한화 타선이 폭발하며 대거 7점을 얻었고, 송은범은 4회까지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중이었다. 운명의 5회말. 넥센 선두 7번 채태인을 볼넷, 8번 박동원 사구, 9번 박정음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끝에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송은범 스스로 자초한 무사만루 위기. 정민태 한화 코치가 5회 들어 두번째 마운드를 향하자 송은범은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담담하게 마운드를 걸어 내려갔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는 마지막 1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한화는 권혁을 곧바로 등판시켜 불을 껐다. 서건창에게 희생플라이, 2번 고종욱을 내야땅볼, 3번 김하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송구실책으로 1점을 더 내줬고, 송은범은 4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하게 됐다.
송은범으로선 아쉬운 밤이었다. 이날 3회 1사 1,2루에서도 3번 김하성을 상대로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며 위기를 넘긴 송은범이었다. 5회말 무사만루였지만 7점차 리드가 있었다. 꼴찌에 처진 팀 상황, 벤치 입장에서도 무한정 기다려줄 순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요며칠 자신을 둘러싼 변칙 마운드 기용이 기분좋았을 리는 없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한화 벤치로선 불펜 상황도 감안해야 하고, 7점차지만 무사만루에서 대량실점을 하면 충격의 역전패를 당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 듯 하다. 매몰찬 교체 배경이다.
한화는 5회말 넥센이 7-2로 따라붙자 곧바로 6회초 3점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한화는 로사리오 정근우 김태균 양성우 차일목이 쉬지 않고 홈런포를 터뜨렸다. 한경기 5홈런은 올시즌 팀 최다아치였다. 한화는 13대3 대승을 거뒀지만 송은범은 웃을 수 없었다. 고척돔=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