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성영훈(26)이 약 5년7개월 만에 실전 등판을 소화한다.
성영훈은 28일 이천 kt 위즈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만큼 긴 이닝 투구는 아니다. 한 두 타자만 상대하고 다음 투수에게 바통을 넘길 예정이다. 말 그대로 '재활 등판'이다.
2009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성영훈은 특급 유망주였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의 주역이었고, MVP까지 수상했다. 당시 두산이 건넨 계약금은 5억5000만원. 구종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고교 역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구위라는 평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도 "포수 미트로 들어오는 묵직함이 달랐다"고 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문제였다. 2010년 10월11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잘 던지다 갑자기 오른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재활과 동시에 병역의무를 해결하며 복귀를 서둘렀지만, 다시 아팠다. 페이스를 끌어 올려 '됐다' 싶을 때마다 찾아온 고통. 결국 지난해 5월 어깨 관절경 수술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 자칫 '오버 페이스'를 할 경우 지금껏 쏟은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에 긴 호흡으로 재활을 돕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날 등판도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다만 25일 라이브 피칭을 무리없이 끝낸 만큼, 2군 경기에서 잊고 지낸 감을 한 번 느껴보라는 의도다. 분명한 점은 아직 구위도, 밸런스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오버'해서는 안 된다.
성영훈은 올 시드니 캠프에서 "내 목표는 그냥 1군 마운드에 올라가 던지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2011년 공익으로 입대했는데 그 이후로 던진 적이 없다. 마운드에서 아프지 않고 공만 던졌으면 좋겠다"는 설명이었다. 소박한 목표이지만, 성영훈이기 때문에 마냥 쉬워보이는 목표는 아니다. 그 역시 "너무 오랜 기간 아프다 보니깐 아무리 좋게 생각을 해도 또 아플까봐 많이 우려된다"고 했다.
성영훈은 시드니에서 이런 말도 했다. "동료 투수가 아닌 포수에게 공을 던지는게 지금 꿈이다." 언제까지 캐치볼만 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마침내, 2군 실전에서, 그것도 포수에게 공을 던지게 됐다. 1군이라는 목표를 향해 갈 길은 멀지만, 또 조심해야 하지만, 모처럼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될 듯 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