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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운빨' 산만했던 연출, 황·류 꿀케미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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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기대가 컸던 탓일까. 연출은 산만했고 스토리는 진부했다.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바빴던 나머지 정신없는 첫 회가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믿을 구석은 있었다. 막판 5분께 등장한 황정음과 류준열의 '꿀케미'가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다리게 만든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최운교 극본, 김경희 연출) 1회에서는 운명을 믿고 미신을 맹신하는 심보늬(황정음)와 수학과 과학에 빠져 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의 첫 만남을 그렸다.

직원들의 월급을 연체하고 도망간 사장 원대해(김상호)를 잡기 위해 카지노에 들어간 심보늬. 그는 원대해를 잡기 위해 몇 개월째 카지노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를 갈았다. 음료를 나르는 일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고달픈 나날을 보내던 심보늬. 운명인듯 필연인듯 제수호와 첫만남을 가졌다. 새 게임을 런칭하는 쇼를 앞둔 제수호는 머리를 식힐 겸 카지노에 들렀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청소 도구를 끌던 심보늬와 부딪힌 것. 오물을 뒤집어쓴 제수호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됐다.

심보늬를 만난 뒤 제수호의 하루는 꼬이기 시작했다. 까칠한 제수호에 발끈한 직원들은 제수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게임 프로그램에 암호를 걸었고 엎친 데 덮친 격 제수호의 고질병인 주목 공포증이 발동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수호의 비서 일달님(이초희)이 친구 심보늬를 부르는데 성공, 심보늬가 게임 프로그램의 암호를 푸는데 성공했지만 연달아 버그가 발생하면서 런칭쇼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리고 패닉 상태에 빠진 제수호 무대 위에서 쓰러졌다.

정신을 차린 제수호는 토끼 탈을 쓰고 자신을 걱정하는 심보늬를 산업스파이로 오해, 결백을 주장하는 심보늬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지만 심보늬의 발차기에 무너지고 말았다. 두 사람의 두 번째 만남은 난투로 끝을 맺었다.

초반 심보늬와 제수호의 코믹한 만남을 쏟아낸 '운빨로맨스'는 중반께 두 사람의 과거로 카메라를 옮겼다. 미신을 맹신하게 된 심보늬의 과거사를 설명하기 위한 것. 태어날 때부터 나쁜 기운을 품은 심보늬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살아있는 생명체에 위협을 가했고 이 때문에 부모님 역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됐다. 여기에 하나뿐인 여동생까지 사고를 당하게 된 것.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펑펑 쏟는 심보늬를 목격한 무속인 구신(김종구)은 그의 사주팔자를 설명하며 여동생을 살릴 방책을 알려줬고 그때부터 심보늬는 구신을, 신을 맹신하게 됐다.

안타까운 과거사가 드러난 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운빨로맨스'. 식물인간이 된 동생이 다시 한번 위기를 맞자 심보늬는 또다시 구신을 찾아갔고 뭐든지 할 자신이 있다는 심보늬에게 구신은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면 동생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구신의 말을 들은 심보늬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다. 만취한 상태로 길을 나선 심보늬는 또다시 제수호와 마주쳤고 대뜸 "몇 살이야?"라고 물었다. 만취한 심보늬는 끈질기게 제수호를 물고 늘어졌고 제수호는 난생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며 "호랑이띠"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을 끝으로 '운빨로맨스'의 첫 회를 마무리 지었다.

기대 속 포문을 연 '운빨로맨스'는 2015년 상반기 MBC '킬미, 힐미', 하반기 '그녀는 예뻤다'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로코퀸' 황정음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tvN '응답하라 1988'로 단번에 '대세남'이 된 류준열의 공중파 첫 입성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첫 회는 만족보다는 실망이 컸다는 반응이다.

일단,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던 연출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현재와 과거, 또 현재로 돌아오는 정신없는 구성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했다. 여기에 툭툭 끊기는 편집으로 정신없는, 산만한 첫 회를 만들었다. 게다가 '그녀는 예뻤다'에서 등장한 배경들을 재탕한 것도 실망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색다른 로코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겐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

두 번째 문제는 식상한 스토리다. 웹툰작가 김달님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운빨로맨스'였지만 웹툰과 전혀 다른 설정을 보여준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다. 원작에서 제수호는 부자지만 짠돌이로 사는 회사원, 심보늬는 운빨을 맹신하는 우울한 여자로 등장해 재미를 더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천재에 부자로 나오는 왕자 제수호,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캔디 심보늬로 그려져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것. 그동안 로코물에서 보여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운빨로맨스'에서도 펼쳐지는 게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세 번째는 음향, 배경음악의 문제다. 유쾌한 로코물의 색을 드러내기 위해 넣은 음악들이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것. 산만한 연출에 산만한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주인공들의 사연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또한 제대로 잡지 못해 뭉개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 한 두 번 흘려 넘기기엔 주인공들의 대사가 너무 안 들렸다.

이렇듯 연출적인 문제로 첫 회를 마감한 '운빨로맨스'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은 황정음과 류준열의 '꿀케미'다. 엔딩을 5분여 남겨두고 선보인 황정음과 류준열의 케미는 꽤 어울렸다. '믿고 보는' 황정음의 로코 연기는 이번에도 유쾌했고 까칠한 젊은 CEO로 변신한 류준열도 특유의 매력을 과시, 황정음과 앙상블을 이뤘다.

결과적으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황정음과 류준열의 조화는 성공적이었던 '운빨로맨스'. 더욱 코믹하고 더욱 달달해진 두 사람의 꿀케미가 '운빨로맨스'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MBC '운빨로맨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