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자기 공을 던지고 맞으면 그래도 나은데, 던지지 못한다. 마음대로 안 돼서 그런지 표정까지 어둡다"고 했다. 25일 KIA 타이거즈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던 앨런 웹스터를 두고 한 말이다.
삼성이 고전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 주원인이다. 콜린 벨레스터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퇴출된 가운데, 이날 경기 전까지 웹스터는 2승에 그쳤다. 다른 팀은 외국인 투수 2명이 선발진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삼성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최근 떨어진 구위가 류 감독의 얼굴을 어둡게 했다.
시즌 개막 첫달과 5월 성적이 극과 극을 달렸다. 웹스터는 4월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이닝이터의 면모를 자랑하며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런데 5월들어 갑자기 추락이 시작됐다. 4경기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14.50.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해 5⅓이닝 7실점한 웹스터는 7일 SK 와이번스전에서 4⅓이닝 6실점,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이닝 9실점(8자책), 19일 한화전에서 5⅓이닝 8실점을 마크했다. 나올 때마다 대량실점을 했다. 지난 3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성적이다.
그랬던 웹스터가 KIA를 상대로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25일 KIA전에 선발로 나선 웹스터는 7회까지 6안타 2실점을 기록하고,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4월 14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41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초반에는 불안했다. 1회초 상대 1~3번 타자에게 단타, 볼넷 2루타를 연속으로 내줬다. 하지만 상대 타자주자들의 본헤드 플레이 덕분에 무실점으로 마쳤다. 확실히 운이 따라줬다. 4회 3안타를 맞고도 1실점으로 넘겼다. 7회 1사 3루 실점 위기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해 후속타자 2명을 범타로 처리했다. 류중일 감독이 바랐던 모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이날 웹스터의 직구 최고은 152km까지 찍혔다.
'미운오리새끼' 웹스터가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까. 라이온즈 식구들은 웹스터의 7이닝 투구가 반갑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