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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정아 "죄책감에 대인기피증도…이젠 용기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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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그 때 이후 이런 관심은 처음...살짝 겁도 나요."

정정아가 시청자 앞에서 어렵게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4일 오후 10시45분 방송된 EBS1 '리얼극장 행복'에서는 10년전 '아나콘다 사건'의 주인공인 배우 정정아와 아버지 정대근이 출연해 중국에서의 일주일간 여정이 그려졌다. 정정아의 근황과 더불어 그녀의 감춰뒀던 속내, 아버지와 갈등과 화해 등이 공개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방송 다음날인 25일 오후까지도 그녀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정아는 이 같은 관심에 얼떨떨해 하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사건에서 못 벗어나고 마음을 열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방송을 통해 속이야기를 꺼내고 나니까 저도 이제 용기가 조금 나네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05년 KBS2 '도전! 지구탐험대'는 아나콘다 사건으로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특집촬영에 합류했던 정정아는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팔을 물려 서둘러 귀국하게 됐고,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여러 가지 구설수와 정정아의 아나콘다 사건으로 인해 10년 넘게 장수하던 프로그램은 결국 막을 내렸다. 그 후 정정아에게는 '프로그램을 망하게 한 연예인'이라는 낙인이라는 꼬리표가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정정아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건이 터지고 나서 프로그램이 없어졌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죄송했어요. 잘잘못을 떠나 장수 프로그램이 어쨌든 그 사건으로 없어졌잖아요. 그런데 '리얼극장' 방송 후 많은 분들이 제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적잖이 위안이 됐어요. 조금 거창할 수 있지만, 네티즌들이 저에게 심리 치료를 해 주신 것 같아요."

그는 네티즌의 응원과 관심에 감사해하면서도 "이렇게 뜨거운 관심에 포털 검색어 1위는 당시 사건 이후로 처음이라, 어떻게 보면 겁이 나기도 해요. 이런 네티즌의 관심이 내일이면 또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응원해주시면서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라고 차분하게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구설수에 휘말리며 힘든 시간을 보낸 정정아를 벼랑 끝으로 내 몬 사람은 다른 이도 아닌 아버지 정대근이었다는 사실. 누구보다 큰 힘을 줄 것이라 예상했던 아버지는 그녀를 비난하고 질타했고 방송국에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아버지 때문에 더욱 큰 상처를 입은 정정아 10여년간 아버지와 등 돌린 채 불편하게 살아왔다. 이에 방송에서 아버지와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 지난날의 설움을 털어내고 행복한 가정으로의 새 출발을 다짐했다고 한다.

정정아는 "아버지와 여행을 처음 갔어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여행 간 추억이 없어서 안 가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젠 제가 모시고 다녀야하는데 그러질 못했죠"라며 아버지와 함께 한 첫 여행을 통해 느낀 변화를 고백했다.

"주변 지인들도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완고하신 분인 줄 몰랐다고 놀라시더라고요. 아버지도 많이 이해하실 거라고 응원도 해주셨고요. 저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편견도 덜고, 또 마흔이 되니까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하게 됐고요."

또한 정정아는 "아버지가 너무 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네티즌 글 중에 '복지카드'에 대한 얘기가 많이 있더라"라며 "아버지도 사실 얼마전까지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혜택을 못 받는다'라며 극구 거부하셨어요. 평생 장애인으로 안 살려고 노력했지만, 나이도 들고 그간 세금 내고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받아도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만드셨어요"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정정아는 '리얼극장'에서 사건 이후 방송이 끊겨 생활고에 시달렸던 사실을 털어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도치 않게 닥친 많은 상황들이 원망스러울 법한데도, 정정아는 "제가 안고 가야 할 일"이라며 담담히 스스로의 부족함을 반성했다.

"사건 이후 아무래도 2~3년은 방송은 아예 못했어요. 제가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조금씩 올라가는 상황이었니,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에 출연하기 더 힘들었죠. 하지만 제가 실력이 있었다면 충분히 다시 복귀 했을텐데,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거죠. 무엇보다 스스로 죄인처럼 무거운 마음이 있어서 틀을 깨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정정아는 10년이란 세월 동안 방송을 향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한때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돌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일년에 하나든 두개든 꾸준히 무대에 서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각오다.

"활발히 하지는 못했어도 일년에 하나, 둘이라도 활동을 계속 해 왔어요. 연극은 계속 할 계획이고요. 웹드라마도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성실히 할 생각입니다. 크든 작든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이제는 스스로 틀에 갖혀 겁내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