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라마 연장 논란은 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흥행 드라마=연장 논의' 공식이 성립되는 분위기다. KBS2 월화극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뒤 박신양의 신들린 연기력에 힘입어 조금씩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결국 24일 방송된 16회는 15.3%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자연스럽게 연장 소식이 들려왔다. 박신양 측은 영화 촬영 스케줄을 이유로 4회 연장 제안을 거부했지만 KBS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에 종영을 2회 앞둔 현재까지도 연장을 논의 중이다. 심지어는 4회가 아닌 1회 연장안을 내놓으며 간절하게 드라마 연장을 원하고 있다.
tvN 월화극 '또 오해영'도 마찬가지다. '또 오해영'은 시청률 2.1%로 시작한 뒤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23일과 24일 방송은 6%를 돌파하며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작 '피리부는 사나이'로 상처입은 tvN 드라마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당초 16회에서 2회를 더 연장할 것을 논의 중이다. SBS 수목극 '딴따라' 역시 KBS2 수목극 '마스터-국수의 신'을 누르고 수목극 2위 자리를 지키며 16회에서 18회로 2회 연장을 확정했다.
즉 시청률 잘 나오는 효자 드라마는 무조건 연장이 결정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방송사 입장은 너무나 잘 이해된다. 최근 케이블이나 종편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도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드라마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광고 판매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는 시청률이 잘 나오고 화제성이 있는 작품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방송사들이 흥행작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들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상당히 훌륭한 핑계거리도 있다. 예정됐던 회차 안에는 차마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장을 결정, 좀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거나 시청자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딴따라' 측은 "최근 완전체를 이룬 딴따라 밴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이들의 밝고 희망적인 성장 스토리를 원하는 시청자분들의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전격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편성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후속작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드라마 홍보사 관계자는 "효자 노릇 하는 작품을 좀더 오래 갖고 가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좀더 오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않나. 배우들도 그렇다. 처음엔 조연이었다가 드라마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관심을 받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그럴 때 충분히 분량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으니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냥 좋게 볼수만도 없다. 일단 드라마가 연장되면 극 전개가 급격히 느려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과적으로 작품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몇부작 드라마'라고 사전에 공지하는 것은 출연진과 시청자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라 할 수 있는데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에 따라 연장, 혹은 조기종영을 결정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많다. 갑자기 드라마 스케줄이 틀어지면서 배우의 컨디션 및 스케줄 조정에 난항을 겪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방송사는 약속한 콘텐츠를 끝까지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마음대로 회차를 조정하면서 작가는 글을 수정해야하고 스토리는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존 시청자도 배려하지 않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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