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다시 한 번 큰 위기를 맞았다.
'갑(甲)질 논란'으로 지난해 4월 어렵게 재승인을 받았던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부터 프라임 타임 6개월 영업 정지 처분을 통보 받은 것. 국내 방송사업자가 영업 정지를 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 정지가 확정되면 롯데홈쇼핑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 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 측은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어쩌다 영업 정지 처분까지…
롯데홈쇼핑은 24일 "미래부로부터 프라임타임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통보받았다"며 "이에 미래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프라임 타임은 홈쇼핑 최고 매출이 나오는 시간대로 오전 8시~11시, 오후 8시~11시를 말한다. 미래부의 처분이 확정되면 롯데홈쇼핑은 이 시간에 정지화면 등을 내보내야 한다.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고의로 주요 사항을 빠뜨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4월 30일 재승인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롯데, 현대, NS홈쇼핑 등 3사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 강화와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등을 조건으로 재승인 내줬다. 당시 현대홈쇼핑과 NS홈쇼핑은 기존처럼 5년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받았지만, 임직원 비리와 부당·불공정행위 등이 잇따라 적발된 롯데홈쇼핑은 3년으로 줄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2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사업계획서에 납품 비리로 형사 처벌을 받은 임직원을 일부 빠뜨려 공정성 평가항목에서 과락을 면하는 등 재승인 과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 사업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받으면 최대 6개월 동안 업무정지, 재승인 기간(유효 기간)의 단축, 과징금 처분 등의 제제를 할 수 있다. 이에 미래부는 6개월 업무 정지라는 강도 높은 징계를 결정했다.
▶롯데홈쇼핑, 피해 얼마나 될까?
미래부의 고강도 징계에 롯데홈쇼핑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만큼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영업정지가 실현될 경우 최소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통상 프라임 타임 6시간의 매출은 하루 매출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그만큼 시청자 수가 많고 단가가 높은 제품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에 방송을 6개월 못할 경우 연간 매출이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롯데홈쇼핑 측은 추산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연간 거래규모가 3조1000억원이었는데, 25%인 7750억이 사라지게 되는 셈.
롯데홈쇼핑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도 피해가 예상된다. 롯데홈쇼핑 측은 "최대 800여개 협력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중 중소기업이 500개인데 특히 롯데홈쇼핑과 독점 거래를 하는 업체의 피해가 클 전망이다. 독점 거래 업체는 150여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송출 수수료도 고스란히 날려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에 납부한 송출 수수료는 2000억원이었는데 방송이 중단되더라도 영업 정지 귀책사유가 롯데홈쇼핑에 있기 때문에 납부한 송출 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금전적 손해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이 롯데홈쇼핑에 갖게 될 부정적 이미지로 발생할 손실이 더욱 심각하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4년 임직원 10명이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인테리어 대금을 부풀려 회삿돈을 횡령하는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가 한 차례 망가진 바 있다. 그런 가운데 프라임 타임 6개월 영업 정지까지 더해지면 롯데홈쇼핑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한편 미래부는 롯데홈쇼핑의 의견을 참고해 늦어도 다음 주초에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