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KIA 타이거즈 정용운의 선발 맞대결. 선발 투수의 지명도를 생각하면, 에이스를 내세운 삼성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정용운은 윤석민 임준혁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선발 기회를 잡았으나 그동안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반면, 윤성환은 타이거즈에 강했다. 올시즌 KIA전에서 1패를 당했는데,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한 결과였다. 지난달 19일 KIA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KIA전 13경기에 등판해 9승3패, 평균자책점 2.94. 이쯤되면 'KIA 천적'이라고 할만하다. 지난해까지 3년간 KIA전에서 88⅔이닝 동안 내준 홈런이 4개에 불과하다. 2013년 4승을 거둔 윤성환은 2014년 4승, 2015년 2승을 챙겼다.
그런데 초반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2회초 KIA 나지완과 김주형이 윤성환을 상대로 1점 홈런을 때렸다. 선두타자로 나선 4번 나지완이 볼카운트 2B1S에서 몸쪽 빠른 공을 걷어올려 왼쪽 담장 너머로 보냈다.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7경기 만에 대포를 가동했다. 이어진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7번 김주형이 초구 가운데 높은 공을 통타해 좌중월 홈런으로 만들었다. KIA의 2-0 리드. 아무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좌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짧다고 해도, 삼성으로선 일격을 당한 셈이다. 나지완이 물꼬를 튼 셈이다.
삼성은 3회말 2사 1,2루에서 이승엽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갔다. 살짝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쪽에 떨어지는 행운이 따랐다.
KIA는 7회초 선두타자 김주형이 좌익수쪽 2루타를 때려 추가득점 찬스를 잡았다. 홈런, 2루타를 때린 김주형을 빼고 대주자 김민우를 넣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끝내 무사 2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삼성이 7회말 바로 1점을 따라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사 1,3루에서 KIA 세번째 투수 심동섭의 폭투 때 1점을 뽑아 2-2 동점을 만들었다.
초반 홈런 2개를 내준 윤성환은 이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3회부터 7회까지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7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2-2 동점 상황에서 교체됐다. 이미 KIA 선발 정용운은 3회까지 볼넷 6개를 내주며 1실점한 뒤 교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을 따로 있다. 8회초 바뀐 투수 안지만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얻어내 무사 1,2루. 네번째 타석에 선 나지완이 좌중 2루타를 때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타이거즈의 4대2 승리를 이끈 한방이었다. 나지완은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삼성의 에이스와 마무리 투수를 제대로 두들겼다. 나지완의 삼성라이온즈파크 데뷔전은 강렬했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