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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인공위성, "음악의 힘, 사랑→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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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제는 진짜 남자다.

1993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로 데뷔한 아카펠라 그룹 인공위성. 데뷔와 동시에 이들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생소한 장르였던 아카펠라를 들고나온데다 멤버 전원 서울대 재학생들로 구성해 '엄친아 그룹'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짧았던 활동 기간. 그동안 4장의 정규 앨범과 5장의 캐롤 앨범을 발표했다. 인공위성을 거쳐갔던 멤버만 13명이다. 그러나 당시 이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젝스키스, DJ DOC, R.ef 등 댄스 가수들이 쏟아져나왔던 시절에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인공위성의 노래는 또 다른 위안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양지훈은 "우리는 항상 서태지 1년 후배이고 DJ DOC 1년 선배라고 소개했었다. 오빠부대도 꽤 있었다. 목포 공연을 가면 목포 시민회관 3000석이 오빠부대로 가득 차고 그랬다. 당시엔 학생이고 공부도 해야 하니까 방송 출연이 부담스러웠다. 그냥 음악을 만들고 노래 하는 게 너무 좋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멤버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아이들도 태어났고 삶의 무게를 진하게 짊어지게 됐다. 그런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20대 인공위성의 음악은 사랑에 관한 노래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중심축이 가족으로 옮겨온 것이다. 2일 발표한 '아빠의 시간'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빠의 시간'은 양지훈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아 탄생한 노래다. 스웨덴 아카펠라팀 리얼그룹의 '위아 파이브(We're Five)'를 오마쥬해 가족이 함께 듣고 부르기 편안한 멜로디를 만들어냈으며 아이들이 아빠에게 바라는 것은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노래 녹음에는 1기 멤버인 김형철 고봉준 양지훈 이현우, 2기 멤버인 백인기 최협이 참여했고 이전부터 멤버들과 친분이 있던 세계적인 보이스퍼쿠셔니스트 키타무라 카이치로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다. 특이한 점은 아빠 버전과 아이 버전으로 노래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 버전에는 이현우의 장녀 이조은 양이 피처링에 참여해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었다. 뮤직비디오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해 또 다른 감동을 전했다.

곽영빈은 "나도 참여해보자고 결정한 계기가 둘째 예찬이 때문이었다.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지금 미국에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펜타토닉스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다더라. 아이가 학교에 가서 우리 아빠도 아카펠라 노래한다고 다 얘기해놨는데 이번 앨범에 왜 없냐고 하더라. 그전엔 얘기를 꺼내면 아빠는 올드스쿨이라고 하더니 나를 다시 보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형철 역시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얘기를 해줘도 감을 못 잡다가 앨범을 보여주니까 실감하더라. 너무 좋아하고 아빠를 자랑스러워했다. 아이에게 자랑거리를 만들어줬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고 전했다. 결국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족의 서포트를 받아 증폭됐고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이번 '아빠의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멤버들이 이렇게 변한 만큼 오빠 부대도 엄마 부대가 됐다. 이제는 함께 세월을 노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양지훈은 "올해가 데뷔 23년차다. 내년에 음반을 한장 더 발표하고 25주년인 내 후년에 옛날 팬들과 함께 콘서트 등을 열고 싶다. 컨셉트도 아빠의 시간, 엄마의 시간이다. 아이들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다. 그래서 행사장 옆에 키즈 카페나 보육원 같은 걸 운영하는 안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13명의 풀이 있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함께 할 거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면서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