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가 리우에서 날 수 있을까.
돌아온 여자 장대높이뛰기 최강자 옐레나 이신바예바(34·러시아). 그는 지금 화가 잔뜩 나있다. 러시아 소속 선수란 이유로 리우올림픽 출전 길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이신바예바는 24일(이하 한국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IAAF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나와 러시아의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며 "만약 올림픽 출전과 관련 불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러시아 육상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약물을 복용했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러시아 육상팀에 대해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시켰다. 다음달 18일(한국시간) 열리는 IAAF 이사회에서 징계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육상선수들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이신바예바는 억울하다. 자신은 그동안 해외에서 숱하게 받았던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된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는데 도핑은 비단 러시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자메이카 등 많은 다른 나라 선수들도 도핑테스트에 걸린 뒤 2년 후에 복귀한다. 유독 러시아 육상만 전체 선수들의 출전이 막혔다. 다른 선수들의 실수까지 집단으로 책임지라는 꼴"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다. 지난 2014년 딸 출산 후 은퇴 수순을 밟던 그는 지난해 2월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다. 훈련에 복귀한 이신바예바는 "출산 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컴백을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좋은 성적을 내면) 여성으로서 의미있고 위대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한 내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 경기에 뛸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상황이 스트레스를 준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신바예바에게 이번 올림픽은 현역 선수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다. 리우올림픽 후 은퇴해 선출직 IOC 선수위원 도전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우행이 '미녀새'에게 절실한 이유.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3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의를 열어 "러시아 육상은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 후에도 반도핑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 금지 등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신바예바가 주목하고 있는 6월 IAAF 회의에서도 '징계 유지'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그동안 IAAF가 WADA의 결론을 참고해 사안을 결정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신바예바를 포함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리우행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