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토트넘이 손흥민(24)을 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개요는 이렇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20일(한국시각)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문 기사가 번역되면서 국내에서 난리가 났다.
그럴만했다. 손흥민은 아직 잉글랜드에서 딱 1시즌만 뛰었다. 그것도 부상으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골-5도움을 기록했다. 첫 시즌인 것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손흥민을 팔 수도 있다는 정보를 흘렸다.
우선 이 기사의 담긴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 우선 이 기사를 작성한 이는 매트 로다. 텔레그래프의 축구 담당으로 주로 런던 연고 팀을 맡고 있다. 현재 시즌은 끝났다. 기자로서는 비수기다. 자그마한 이야기거리라도 있으면 기사화할 수 밖에 없다. 로의 최근 기사를 보면 대부분이 이적설이다. 작은 것 하나를 들은 뒤 살을 붙여서 기사로 만드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손흥민 이적 루머 하나가 걸려든 것으로 봐야한다.
여기에 토트넘 수뇌부의 의도도 녹아있다. 텔레그래프의 위상을 봤을 때 구단 고위 관계자와의 사전 교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기사에서도 토트넘의 회장인 다니엘 레비를 등장시켰다. '레비는 손흥민을 데리고 오면서 지불했던 2200만파운드를 되찾고 싶어한다'고 썼다.
결국 이 대목이 핵심이다. 레비 회장은 장사꾼이다. 투자를 한만큼 효과를 뽑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손흥민을 데려오면서 2200만파운드를 투자했다. 거액의 배경에는 기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 시장 공략의 의지도 들어가 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해 다소 아쉬운 결과를 냈다. 아시아 시장 공략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영입 후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쪽 스폰서를 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다. 아시아 쪽에서 생각하고 있는 적정 시장 가격의 4~5배를 제시했다. 자신들을 엄청난 빅클럽이라고 착각한 것. 결국 아시아 쪽과 스폰서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실망만 한 레비 회장으로서는 손실 최소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됐다. 괜찮은 이적료를 받고 다시 되파는 것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 2200만파운드에 상응하는 이적료를 주고 손흥민을 사올만한 구단은 많지 않다. 레비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의 행동이다. 즉 언론에 이적설을 흘리면서 '미래 구매자 찾기'에 나선 것이다. 당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 후 성사가 되더라도 괜찮다. 자신은 손흥민을 매물로 내놓을 생각이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괜찮은 카드를 자기에게 보여달라는 의미다. '아직 분데스리가 쪽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것도 이런 의도의 또 다른 표현이다.
토트넘의 전통적인 수법이다. 에릭 라멜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토트넘은 라멜라를 2013년 여름 2580만파운드를 주고 데려왔다. 라멜라의 첫 시즌은 엉망이었다. 17경기에 나와 1골밖에 넣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고 라멜라에 대한 이적 루머는 상당히 많았다. 두번째 시즌인 2014~2015시즌에도 라멜라는 5골을 넣는데 그쳤다. 역시 루머가 쏟아졌다. 하지만 카드가 맞지 않았다. 라멜라는 잔류했고 올 시즌 11골을 넣으면서 부활을 알렸다.
로베르토 솔다도(비야레알)도 마찬가지다. 2013년 2600만파운드에 토트넘으로 왔다. 하지만 역시 부진했다. 2시즌동안 16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 사이 토트넘은 '언론 플레이'를 상당히 많이 펼쳤다. 결국 토트넘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1000만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비야레알로 팔았다.
일단 손흥민에 대한 이적설은 앞으로도 꽤 나올 것이다. 손흥민은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온 선수다. 조금만 못해도 이적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만약 입질을 하는 구단이 있으면 있을수록 이적설의 빈도는 많아지고 수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시기에 이적설이 하나 보도됐다고 바로 이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라멜라도 그랬고, 솔다도도 그랬다. 토트넘 외에도 다른 선수들도 다들 이런 일을 겪었다. 지금은 흔들릴 때가 아니다. 손흥민이 한국에서 푹 쉬면서 올림픽과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