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라운드에선 매 경기마다 '골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상차림이 아주 풍성해 잔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지난 15일 상주와 인천의 경기에선 양팀 합쳐 6골이 터졌다. 15분마다 한 번씩 골망이 흔들린 셈이다. 상주가 2골을 먼저 내준 뒤 4골을 몰아넣은 역전승이라 극적인 재미가 더해진데다 수시로 터진 골로 지루할 틈이 없는 경기였다.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까지 6골이 터진 경기는 이날 상주와 인천 경기를 포함해 3월 12일 포항-광주의 개막전(3대3 무)과 4월 13일 제주-상주(4대2 제주 승) 경기까지 총 3번이다.
7골이 터진 경기도 2번이나 나왔다. 지난 1일 상주와 전남(4대3 상주 승)의 8라운드, 7일 제주와 수원FC(5대2 제주 승)의 9라운드에서 '골 폭탄'이 터졌다.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펠레 스코어(3대2) 경기는 무려 4번이었다. 4월 9일 성남과 인천(성남 승), 4월 16일 전북과 성남(전북 승), 5월 8일 전북과 수원(전북 승), 5월 14일 서울과 성남(서울 승)의 경기에서 3대2 스코어가 나왔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득점 경향이 더욱 확연히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10라운드까지 12개 팀이 총 139골을 터뜨렸다. 올해는 10라운드까지 총 162골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약 17% 늘었다. 더구나 아직 경기 전인 전북과 광주의 10라운드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전북-광주전을 제외하고 10라운드까지 총 59경기가 열렸는데, 경기당 평균 2.8골이 터졌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반면에 양팀 무득점으로 끝난 경기는 3월 13일 전남-수원FC전, 3월 20일 울산-전북전, 4월 13일 성남-전남전, 4월 23일 수원FC-인천전, 5월 14일 울산-포항전 등 딱 5번에 불과했다.
K리그의 골 잔치는 올 시즌 처음 도입된 다득점 우선제도의 효과로 보인다. 순위 결정 방식이 '승점→득실차→다득점' 순에서 '승점→다득점→득실차' 순으로 바뀌면서 골이 크게 늘었다. 각 구단이 실점을 막는 것보다 득점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장에선 공격 지향적인 분위기를 더 크게 실감할 수 있다. 앞서 가는 상황에서도 한 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보니 경기 막바지까지 골이 터진다. 역전승도 종종 나온다.
득점이 많다는 건 곧 실점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득점이 늘어난 만큼 실점도 똑같이 늘었다. 수비력 저하의 문제라기보다는 공격 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주의 경우 10라운드까지 18골을 넣고 19골을 잃었다. 득점은 서울과 제주(21골) 다음으로 많고, 실점은 리그에서 가장 많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실점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득점 우선제도에서는) 이기는 상황에서도 골을 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