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최민수의 농축된 내공이 안방극장을 관통하며 전율을 안겼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대박'(권순규 극본, 남건 연출) 15회에서는 백대길(장근석)을 이용해 개작두(김성오)를 잡으려는 숙종(최민수)과 이를 저지하려는 연잉군(여진구)의 모습이 그려졌다.
숙종은 골사(김병춘)를 살해한 혐의로 추포된 백대길에게 진범을 찾아오라 명했고 만약 진범을 잡지 못하면 백대길에게 모든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대길은 개작두를 찾아 나선 상태. 숙종은 백대길을 이용해 개작두는 물론 그 머리 꼭대기에 있는 이인좌(전광렬)를 잡으려는 속셈, 이를 간파한 연잉군은 숙종을 찾아가 백대길을 이용한 계획을 거둬달라 청했다.
연잉군은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내어주는 것이 정치이며 하며 그것이 아바마마의 지론이 아닙니까. 헌데 백대길을 풀어주고 투전꾼 개작두를 잡는다고 해서 아바마마께서는 무엇 하나 얻는 게 없습니다"며 숙종의 속내를 궁금해했다. 생각지도 못한 연잉군의 도발에 발끈한 숙종은 "네놈이 내 속내가 궁금하다 하면 네놈부터 그 속내를 먼저 열어 보이거라. 너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백대길 그놈에 대해"라고 몰아붙였다.
사실 연잉군은 일찌감치 백대길이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육상둥이 형이었음을 알고 있었던바, 숙종을 향해 "백대길 그자는 투전꾼 백만금(이문식)의 자식이며 조선제일검 김체건(안길강)의 제자, 또한 저의 벗이며 저의…"라고 말끝을 흐렸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형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연잉군이다.
이에 숙종은 "틀렸다. 그놈은 네놈의 벗이 아니라 사냥개이니라. 그저 먹이를 물어다 주는 사냥개라는 말이다. 토사구팽. 사냥에 필요할 때는 쓰고 사냥에 필요 없을 때 그냥 잡아 먹을 뿐. 사냥개가 어찌 벗이 될 수 있겠느냐"고 연잉군을 각성시켰다. 그리고 과거 자신과 왕위를 위협하는 장길산과 그 무리에 섞여 자객으로 활동한 개작두 일가의 충격적인 일화를 털어놨다.
당시 장길산은 '정씨가 조선의 이씨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다'라는 예언이 담긴 정감록을 바탕으로 역모를 꾸몄다. 궐을 침입한 자객들은 숙종을 향해 칼을 겨눴고 생사를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다. 숙종은 김체건과 함께 자객을 죽여 나갔고 이 과정에서 개작두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살해됐다. 무엇보다 역모를 꾸민 장길산은 숙종의 칼에 맞아 목숨이 끊어지는 상황에서도 "금상 이겼다 생각 마시오. 이씨 왕족은 멸할 것이며 정씨가 새로운 왕조라"고 악을 쓰며 최후를 맞았다. 얼굴은 물론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숙종은 그렇게 왕좌를 지켰다.
매 순간 죽음의 위험 속에서 왕좌를 지켜야만 했던 숙종은 더욱 차갑고 잔인하게 변해야만 했다. 그에게 세상은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것이었고 곧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아들에게 살아남을 힘을 주고 싶었던 아버지였다.
이렇듯 파란의 운명을 겪으며 야수가 된 숙종은 최민수를 통해 완벽히 표현됐다. 최민수라는 야수가 섬뜩한 살기를 뿜어내는 숙종의 옷을 입고 마음껏 판을 벌였고 이는 곧 시청자의 몰입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지금까지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보인 최민수였고 이번 회 역시 짧았지만 농축된 연기 내공이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이 구역의 진정한 '연기 깡패' 최민수였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대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