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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한화 이태양, 선발승 놓쳤지만 희망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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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날아갔지만, 희망은 남았다. 한화 이글스에도 이제 5이닝을 버틸 수 있는 토종 선발이 생긴 듯 하다.

한화 우완 선발 이태양이 드디어 선발 5이닝을 채우며 선발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비록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시즌 첫 선발승은 무산됐지만, 공격적인 투구 내용을 통해 향후 기대감을 충분히 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태양은 1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11일 대전 NC다이노스전 이후 6일 만에 출격한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여기서 이태양은 자신의 시즌 최다투구수와 최다이닝 기록을 모두 조금씩 돌파했다. 이태양은 5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4볼넷 3삼진으로 2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쉽게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팀이 3-2로 앞선 6회말,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한 상황에서 윤규진과 교체됐는데 윤규진이 볼넷과 사구로 2사 1, 2루를 허용했고 이어 나온 좌완 필승조 권 혁이 배영섭에게 동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면서 이태양의 승리가 날아갔다.

▶'희망'안긴 호투, 그러나 날아간 선발승

아쉬움이 남지만 이태양은 박수를 받을 만 했다. 4회말 2점을 내주는 과정을 제외하고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자신감넘치는 피칭을 보여줬기 때문. 공격적인 빠른 승부로 투구수를 줄이며 상대의 범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모습에서 '한화의 미래'로 불렸던 2년전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선발 투수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1회. 이태양은 수비의 도움을 받았다.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박한이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한 뒤 구자욱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투구수가 10개에 불과했다. 2회에는 2사 후 백상원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조동찬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회의 투구수도 13개로 경제적이었다.

3회말에는 이흥련을 초구에 투수 앞 땅볼로 아웃시켰고, 김재현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배영섭에게 또 볼넷을 허용했다. 그래도 박한이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역시 13개로 끝냈다. 5이닝을 쉽게 넘길 듯 했다. 하지만 2-0으로 앞선 4회말에 실점을 하고 말았다. 2사 후 실점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구자욱과 최형우를 각각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쉽게 잡았는데 이승엽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위기가 시작됐다. 후속 백상원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은 이태양은 조동찬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이흥련에게 2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이태양은 김재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역전만큼은 막아냈다.

▶5이닝 84구, 납득할 만한 교체타이밍

5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선두타자 배영섭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박한이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구자욱은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사 1루에서 최형우에게 우전 2루타를 맞아 2사 2, 3루에 몰렸다. 삼성 타자들이 이태양의 공에 익숙해진 듯 했다. 그러나 이태양은 역전 위기를 또 넘겼다. 이승엽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여기까지 투구수 84개였다. 교체타이밍이 맞다. 지난해 4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이태양은 1년간 재활한 뒤 지난 4월23일 잠실 두산전에 복귀전을 치렀다. 재활은 마쳤지만 아직은 조금씩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가는 과정에 있다.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는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태양은 첫 등판때 54개를 던졌고, 4월30일 대전 삼성전때는 4⅔이닝 동안 69구를 던진 뒤 교체됐다. 5월6일 수원 kt전때는 다소 부진해 1⅓이닝(31구) 만에 교체됐지만, 11일 NC전 때는 4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지고 바뀌었다. 때문에 5이닝에 84구를 던진 상황에서 교체는 충분히 납득가능하다. 굳이 1이닝을 더 던지게 해 100구를 넘길 필요는 없다. 다음을 기약해도 괜찮다.

실제로 이태양은 1, 2회에는 직구 구속이 최저 140㎞에서 최고 146㎞까지 나왔다. 하지만 3, 4회에는 136~143㎞로 떨어졌고, 5회에는 최고구속이 140㎞ 밖에 나오지 않았다.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구위 저하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었다.

▶이태양, '에이스' 되기 위한 두 가지 숙제

게다가 전날 휴식을 취한 덕분에 불펜의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3-2, 1점차 살얼음판 리드상황이라면 구위가 떨어지면서 공략당하기 시작한 이태양보다는 힘을 비축한 불펜진을 가동하는 편이 더 낫다. 그게 이태양의 승리와 팀 승리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만 결과가 안좋게 나왔을 뿐이다.

어쨌든 이태양은 복귀 이후 꾸준히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완성되지 않는 '과정'에 있음에도 5이닝은 버틸 수 있다는 게 17일 삼성전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히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아직 구속이 전에 비해 3~4㎞정도 덜 나오는데다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구위가 저하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꾸준한 투구수 관리와 등판 경험의 누적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 이 숙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한화는 든든한 젊은 에이스를 되찾게 될 수 있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