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김선형(서울 SK 나이츠)이 라이벌 서울 삼성 썬더스로 FA 이적을 했다면?
SK팬들을 자극하기 위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상상해보자. SK팬들은 원망을 하고, 삼성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선수 본인도 분명 더 많은 돈을 받고 팀을 옮겨 새출발을 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농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증대된다.
하지만 한국 남자프로농구 무대에서는 맥주 한잔 나누며 이런 얘기를 할 일이 없다. FA 대어들의 이동이 있을 일이 없기 때문. 이번 FA 시장도 똑같았다.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심장 양동근이 7억5000만원 연봉에 잔류했다. 김선형도 보수 총액 6억5000만원에 SK와 사인했다. 부산 kt 소닉붐 박상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허일영 등도 팀 잔류를 선택했다.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이 선수들의 팀 잔류는 어느정도 예상됐었다. 비정상적인 현행 FA 제도 때문. 말은 자유계약 자격을 갖춘 선수들인데,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 선수가 원소속구단과 계약하지 않고 시장에 나가면,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팀 중 첫 번째 연도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한 팀에 낙찰을 당하는 방식이다. 제시 보수 최고액 10% 이내에서 제시 팀들이 중복되면 그 때야 팀을 선택할 수 있다. 어디서 뛸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장에 나갈 수 없다. 지역, 팀 분위기 등 자신과의 상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들이 자신에게 얼마의 보수를 안길 지도 모른다.
또, 보상선수 규정도 애매하다. 만 35세 미만과 전년도 보수 순위 30위 이내를 동시에 충족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보상선수 1명과 전년 보수 50%를 내줘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보호 선수는 영입 선수 포함, 4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선수를 영입하다 당장 다른 포지션 주요 선수 구멍이 나버린다. 농구는 팀 조직력이 중요한 스포츠인데, 한 자리 큰 구멍이 생긴다고 생각할 바에는 FA 대어 영입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대어 선수들도, 팀들도 FA 시장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지만, 대형 선수들의 팀 이동 없이 프로 스포츠로서의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예를 들어보면, 르브론 제임스가 고향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할 때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다시 클리블랜드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그야말로 쇼킹이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화젯거리 생산 여부를 떠나 선수들의 권리 침해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뛰고 싶은 팀에서 뛸 기회가 없는 프로는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샐러리캡(23억원)과 보상 선수 제도 등의 한계에 우리 프로농구가 바뀔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차라리 FA 자격을 주는 시즌을 5시즌에서 조금 더 늘리고, 진정한 FA 선수로 당당한 요구를 하고 그들이 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