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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V리그 남자부 트라이아웃, 각 팀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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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제발!"

숨을 죽였다. 모든 관계자들의 시선이 추첨기에서 떨어지는 구슬로 향했다. 녹색이었다. 대한항공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관계자가 환호를 질렀다. 가장 많은 40개의 보라색 구슬을 넣은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개를 숙였다. 13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사상 첫 V리그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풍경이었다.

'기량이 비디오와 다르다', '뽑을 선수가 없다' 등 여기저기서 불만이 속출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는 전력의 50% 이상이다. 일년 농사를 좌우하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각 팀 관계자들은 마지막까지 신중함을 유지했다. 구단별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은 지난 시즌 성적 역순의 차등 확률 추첨제로 진행됐다. 구슬 추첨은 '운명의 여신'의 선택이었지만, 각 팀의 선택은 고민의 흔적이었다. 각 팀들의 선택을 돌아봤다.

역시 가장 크게 웃은 팀은 역시 대한항공이었다. 이미 수준급의 선수들로 팀이 짜여져 있는 대한항공은 승부처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거포'를 찾았다. 구미에 딱 맞는 선수를 뽑았다. '최대어' 밋차 가스파리니(32·슬로베니아)였다. 그는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며 1순위를 예약했다. 대한항공은 내심 가스파리니를 원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140개의 구슬 중 20개를 집어넣었다. 확률은 14%였다. 하지만 행운은 대한항공을 향해 미소지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2시즌 연속 서브왕에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주공격수, 여기에 V리그까지 경험한 가스파리니의 가세로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입지를 다졌다.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에게는 씁쓸한 드래프트였다. 우리카드는 5순위까지 밀렸다. 드래프트를 통해 반전을 도모하려는 계획이 어긋나버렸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한 우리카드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단신 라이트 크리스티안 파다르(헝가리)였다. 키는 1m96으로 작은 편이지만 점프력과 파워가 뛰어난 20세 파타르의 가능성과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샀다. 2순위 KB손해보험도 아쉽게는 마찬가지다. 강성형 감독이 핀란드까지 가서 관찰했던 가스파리니를 뽑지 못했다. 가스파리니와 더불어 최대어로 꼽히는 아르루트 우드리스(26·벨라루스)를 선택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우두리스는 2m10으로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선수 중 최장신이었다.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은 무난한 선택을 했다. 4순위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이끈 로버트랜디 시몬의 네덜란드 버전으로 평가받는 타이스 덜 호스트(25·네덜란드)를 뽑았다. 라이트에 박철우가 가세하는 삼성화재는 레프트 최대어로 꼽힌 덜 호스트를 선택했다. 3순위 지명권을 뽑은 한국전력은 가스파리니와 마찬가지로 한국 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는 아르파드 바로티(25·헝가리)를 지명했다. 바로티는 2013~2014시즌 러시앤캐시 소속으로 활약하며 한국 무대 검증을 마쳤다는 점이 장점.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은 자신만의 길을 갔다. 6순위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툰 밴 랜크벨트(22·캐나다)를 호명했다. 라이트 문성민과 재계약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처음부터 낙점했던 밴 랜크벨트를 선택했다. 밴 랜크벨트는 뒤늦게 트라이아웃에 합류했지만 리시브와 테크닉이 좋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킨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최태웅 감독도 "1순위 였어도 랜크벨트를 뽑았을 것이다. 오레올이 맡았던 역할을 맡기겠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7순위 지명권을 가진 우승팀 OK저축은행은 쿠바 출신의 롤란도 세페다(27)를 뽑았다. 세페다는 삼성화재에서 V리그를 평정했던 레오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상 후유증이 있지만 잠재력을 본 김세진 감독의 승부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